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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놀 이종원 Sep 20. 2016

천하를 얻고 싶다면
천상의 소리를 들으라

전북 임실군 성수산자연휴양림 상이암


얼마 전 여권의 대권주자인 김무성 전대표가 민생투어를 나서면서 임실을 찾은 적이 있다. 임실치즈마을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함박 미소를 지으며 치즈 만들기 체험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다음에 슬그머니 상이암을 찾아 '성수만세'를 외쳤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 바쁜 정치인이 왜 이 첩첩산중 절집을 찾았을까? 



성수산은 867m로  큰 산은 아니지만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여 시원한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명산으로 소문이 나있다. 풍수지리상 9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형국으로 구룡용주지지(九龍龍珠之地)'로 알려져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산줄기가 자전거 살처럼 중앙으로 집중되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여의주에 해당하며 상의암 바위다. 

범인의 눈에도 예사롭지 않는 이 바위의 역사는 통일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전국을 주유하며 길지를 찾던 도선국사는 '천자를 맞이하는 길지'를 찾게 되었고 평소 비범하게 여겼던 왕건을 만나 이곳 성수산을 찾아 기도를 하라고 권한다. 초야에 묻혀 살았던 왕건은 이 바위에서 100일 기도를 바치는데  마지막 날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계시를 받게 된다. 너무 기쁜 나머지 '환희담(歡喜潭)'이란 글씨를 써주었는데 얼마 전 태풍 때 계곡이 쓸려나가자  보수 공사를 하던 인부가  '환희담' 글씨가 새겨진 바위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바위를 경내에서 세워 놓았다.  


희미하게 환희담이라는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여의주에 해당하는 바위

도선국사의 추천으로 왕건이 천하를 얻은 것처럼  4백 년 후 무학대사도 이성계도 이곳에서 기도를 하라고 권한다. 이성계는 남원에서  황산대첩으로 왜구를 섬멸한 후  돌아가는 길에  이 바위에 올라 100일 기도를 바치고 된다. 100일째 되는 날임에도  계시를 받지 못하자 3일을 더 기도해 기어코 "성수만세"라는 천상의 소리를 듣게 된다.  그가 왕에 오르자 도선암이란 이 절 이름을 상이암으로 바꾸게 된다.  즉 上(하늘)에서 耳(소리를 듣다)라는 의미다.  


하늘의 계시를 받고 삼업(三業)을 깨끗해졌다고 해서  '삼청동(三淸洞)'이란 글씨를 써주었다. 태조의 친필이기에 어각에 모셔져 있다.  ‘삼업’이란 불가에서 말하는 3가지 업을 말하는데 입으로 짓는 죄 구업(口業), 자신의 몸을 위해 짓는 죄 신업(身業), 생각으로 짓는 죄 의업(意業)을 일컫는다. 글씨를 보면서 마음의 때를 씻어보자. 경복궁 옆  삼청동이란 이름 역시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입신양명을 꿈꾸는 선비들이 하늘의 기를 받으려고  이곳을 찾은 것은 당연지사.  바위에 새겨진 이름도 셀 수 없을 정도다. 영험한 기운 때문일까  고시공부를 위해 이곳을 찾은 젊은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남 모르게 많이 찾는 이는 정치인.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있을 때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백성의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여이는 것이 곧 천상의 소리가 아닐까.  



무슨 심보인지 그 바위 위에 서고 싶었다.  뒤쪽에 계단이 놓여 있어 어렵지 않게 바위에 오를 수 있다. 여의주 위에 서니 묘한 기분이 든다. 북쪽으로 시야가 트여 있는데 거침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반대쪽으로는 아담한 상이암이 내려다 보인다. 


마당에 연필처럼 꽂혀 있는 향나무. 뿌리는 하나지만 줄기로 갈라진다. 


비범한 자태

  


뿌리는 같은데 줄기는 3기로 갈라진다.  삼족 향로처럼 말이다. 

안개가 여의주 바위를  덮을 때 향을 피우듯 바위를 감싸며 돈다고 하다. 왠지 안개를 만들어 내는 나무 같다. 


또 하나 신비로운 것은 600년 수령의 청실배나무. 태조 이성계가 하늘의 계시를 받고 심었다는 전설을 품고 있는데  척박한 바위에서 뿌리를 내린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아주 특별한  나무이기에 마이산과 정읍 등  전국에 몇 그루 남지 않았다고 한다. 

 

향나무가 안개를 가져오듯 청실배나무의 과실은 향사를 올릴 때 사용한다고 한다. 600년 고목이지만 지금도 튼실한 배를  달고 있다고 한다.




나비모양의 경첩



산산각 아래 예쁘장한 부도 3기가 자리하고 있다.

개국을 이끈 도선국사와 무학대사의 후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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