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다
오래 전 신촌 어디 헌책방에서 구입했던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란 책을 찾았다.
유물론적이니, 존재론적이니, 실존적이니,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고 정교한 논리에 감탄했었다.
어쩌면 이 책은 나에게 있어서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철학책’이 되겠다.
그러다 문뜩
“소크라테스와 밥 한 끼 먹을 수 있다면 내가 이룩한 모든 것을 버려도 좋다”던
스티브 잡스도 생각났다.
스티브 잡스는 도대체 그에게 무엇을 물어보려 했던 것일까.
나훈아는 자신이 작사·작곡한 노래 ‘테스형’에서
소크라테스에게 “세상이 도대체 왜 이러냐”고 물었다.
노래 가사로 미루어 보건대
나훈아는 돌아가신 아버지 산소에서
아름답게 활짝 핀 꽃들을 보고서
인생의 덧없음을 느꼈을 거다.
자신도 곧 한줌 흙으로 돌아갈 것이고
자신을 찾는 발길이 뜸해지게 될 것을 생각하니
외로웠을 수도 있겠고,
죽음을 앞둔 나이에
서둘러 죽음을 재촉했던 그에게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겠냐고
물었을 수도 있겠다.
소크라테스와 점심 한 끼 한다면
무엇을 물어봐야 할까.
문뜩,
지금 나를 괴롭히는 고민들이 하찮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