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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rplePeN Aug 06. 2022

[영화] 헤어질 결심 리뷰 및 해석(스포)

영원한 사랑을 위해 세상과 헤어질 결심을 한 여자와

스스로를 학대하기 위해 여성과 헤어질 결심을 한 남자.


썩어가고 있는 눈으로는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씬 시티’를 떠올리게 하는 연출과

잘 들리지 않는 대사가 아쉽다.


4.0/5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상승과 하강’과 ‘눈’ 두 가지라 생각된다.     


1. 상승과 하강     


-기도수는 산 꼭대기에서 떨어져 죽는다.

-이해준이 쫓던 홍산오는 가위로 자신의 목을 찌른 뒤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다.

-송서래는 해변에서 땅굴을 파고 지하로 내려가 자살한다.

-송서래의 가족들 유골은 호미산 위에서 아래로 뿌려진다.

-이해준은 휴대전화를 바다 깊숙한 곳 아래로 던지라고 말한다.   

 

이해준이 위에, 송서래가 아래에 있다.


반면     


-이해준은 산 꼭대기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 기도수를 쳐다본다.

-홍산오는 이해준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살기 위해) 건물 옥상으로 도망친다.

-송서래의 어머니는 송서래에게 호미산에 꼭 올라가라고 말한다.     


영화에서 하강은 죽음을, 상승은 삶을 의미한다. 송서래 어머니는 송서래에게 호미산에 꼭 올라가라고 말하는데, 이는 ‘끈질기게 살아남아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송서래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송서래가 언젠가 죽게 될 것이란 암시로 해석된다.     


2. 무한한 죽음, 유한한 생명     


죽음은 영원하지만 생명은 유한하다.     

사람의 생명이 끊어진 순간 죽음은 시작되지만,

그 죽음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반면 인간이 태어난 순간 생명이 시작되지만,

‘죽음’이라는 끝이 있다.     


영화에서 하강이란 죽음인데,

죽음은 곧 영원함을 의미하므로

하강이란 곧 영원함을 의미한다.

(하강=죽음=영원함)     



송서래가 이포 해변 모래사장에 땅굴을 파고 아래로 내려가 자살하는 것은

그녀가 간직한 이해준에 대한 사랑도 '영원한 비밀'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범죄의 증거인 휴대전화가 바다 아래에 던져졌을 때 

아무도 찾을 수 없어 비밀이 되지만, 휴대전화는 분명 그곳에 존재하는 것처럼.


이해준 입장에서 송서래의 죽음은 곧 ‘영원한 미결’이 된다.

미결사건에 대한 사진들을 집 벽면에 붙여놓고 해결될 때까지 바라보는 이해준은 영원히 송서래를 기억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3. 제목, 헤어질 결심     


앞선 관점에서 ‘헤어질 결심’이란 제목을 바라보면     


자살한 송서래는 이해준에 대한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또 그 사랑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 ‘삶과 헤어질 결심’을 한 것이다.     



이해준의 경우 ‘결심’이란 단어에 포인트를 맞춰야 한다.

결심에는 어떠한 고통이 와도 이를 극복해 목적을 달성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해준은 송서래와 헤어진 뒤 계속해서 잠을 자지 못하는 고통을 받는데,

그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송서래와 헤어질 결심을 한다.

이해준에게 중요한 것은 송서래로 인해 완전히 붕괴해버린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눈     


사람이 죽으면 가장 먼저 썩기 시작하는 것이 눈이다.     

영화는 기도수의 썩어버린 눈을 대놓고 클로즈업하고 

그 위로 벌레가 기어다니는 장면을 화 내내 수차례 보여준다.


이해준은 영화 내내 눈에 안약을 넣는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투약하는 안약의 양과 빈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증상은 개선되지 않는다.     


죽어버려 썩은 임호신(배우 박용우)의 눈을 통해 이해준을 바라보고 있다


결국 이해준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고, 이에 따라 눈도 같이 썩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썩어가고 있는 눈으로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해준은 항상 혼란스럽다.     

햇빛이 들지 않고 안개만 그득한 이포로 왔을 때에는 그 혼란이 배가 된다.     


5. 이해준의 눈은 왜 썩었나     


이해준의 눈이 썩어가는 이유,

그러니까 이해준이 죽어가고 있는 이유는

결국 송서래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이해준의 삶의 원동력은 최연소 경감을 달았던 경찰로서의 자부심이다.

그런 경찰 이해준이 다름 아닌 피의자인 송서래를 사랑하게 되고,

사랑 때문에 눈앞에 범죄자를 보고도 체포하지 않고,

증거인멸까지 조언해주면서

경찰 이해준의 삶은 완전히 붕괴된다.     


이해준은 피의자를 사랑하면서 완전히 붕괴됐고, 

이해준이 송서래를 사랑하는 순간부터 그의 눈은 썩어들어가기 시작한 셈이다.


안개가 자욱한 이포 해변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이해준을

눈처럼 동그란 태양이 저 멀리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영화 #리뷰 #헤어질 결심 #왓챠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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