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7. 일
토요일보다 일요일이 나은 주간이 이어지는 중. 오늘은 날도 별로 춥지 않고 오후에는 제법 화창하기도 했던 터라 내심 기대를 하긴 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입니다!
눈이 온 날부터 계속 내놓지 못했던 마당 물건들을 다시 야외로 내놓았고, 그 김에 마당의 집기들을 싹싹 닦아 주었고, 내친김에 바닥 대청소까지 해 버리기! 다 끝내고 걸레 빨고 있는데 첫 손님이 들어오셨다. 좋은 기운의 조짐이 느껴지는 완벽한 타이밍이었던!
(아마도) 인스타를 통해 특정 상품을 찜해 두었다가 방문하신 듯한 손님들이 왕왕 목격되었고, 친구 데리고 플로팅 투어 코스를 짜 오신 성은이 망극한 단골 고객님들도 여러 차례 만났다. 어제 미루던 <망각 일기> 밑줄 필사를 드디어 끝냈는데, 읽을 때도 그렇게 느꼈지만 밑줄 쳐둔 문장들만 다시 읽었을 때에도 내가 꼽은 베스트 문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일기는 그저 축적, 하루 하루 하루 하루의 축적이었다.'
이 문장을 만난 다음부터였을까? 나는 '축적'이라는 단어를 사랑하게 되었다.
장사도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에도 약속된 날이면 약속된 시간 동안 불을 켜 두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 열기로 한 날에는 열고 닫기로 한 날에는 닫는 것.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서비스를 한결같이 유지하는 것. 그렇게 매일 똑같은 듯 보이는 하루 하루가 축적되어 손님과 가게 사이에 암묵적인 약속들이 느리지만 견고한 결속력을 가지며 합의되어 가는 것. 그게 장사가 아닐까. 그러니 장사 역시, 그저 축적, 하루 하루 하루 하루의 축적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영업자에게 '쉼'이란 사치의 영역이 확실히 맞는 것 같다. 백신 맞으면 백신 연차 주고, 생리하면 생리 휴가 주고(이건 나도 써 본 적은 없지만), 피서철이 되면 휴가 가는 게 당연했던, 아무 날이 아니어도 남은 연차 소진을 위해 쉬라고 쉬라고 압박을 받던 회사원 시절은 얼마나 호사스러운 시절이었던가.
그때는 그럴 수 있어서 그럴 수 있었고, 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 그럴 수 없다. 이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니 원망도 탓도 무의미하다.
장사의 의의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생활을 계속할 것인가, 그에 대한 선택이 남아 있을 뿐이다. 언제나 선택권은 있다.
물론 다른 옵션도 있긴 하다. 내 자리에 다른 누군가를 채워 놓고 나는 나가 노는(쉬는) 것.
나는 아직 멈추고 싶지 않으니, 대체 인력 수급을 위해 좀 더 정진해 보아야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