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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빛바다 Feb 11. 2024

고맙습니다. 브런치

정말로

서른두 살 즈음 교사를 그만두고 싶었다. 물론 그전에도 흔들렸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스스로를 다독이며 잘 넘겨왔었다.


사직 생각을 하면서 하고픈 일이 생겼었다. 바로 글을 쓰는 일이었다. 난 여행작가가 되고 싶었다. 맘과 몸이 끌리는 곳에 다다라 순간을 사진에 담고 그 순간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고 아니 내 마음의 벽이 높았고, 난 그 벽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내 꿈은 내 마음속 한구석에 조용히 그러나 무겁게 박히게 되었다.


둘째를 낳고 가정보육 기간이 길어지면서 난 점점 지쳐갔다. 아이는 예뻤지만 힘든 것과는 별개였다. 숨 쉴 곳을 찾아야만 했다. 마음 안에 쌓아둔 깊이를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을 풀어낼 방법을 말이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게 바로 ‘브런치’였다. 무심코 브런치에 카톡연동으로 로그인을 해봤는데 이미 난 오래전부터 브런치 회원이었다. 그랬었다. 난 마음의 시동을 걸어둔 채 모른 척 아니 모르고 살았다.

시동은 이미 걸었으니 이젠 나아가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글 하나를 어렵게 완성하고 발행하려 봤더니 ‘작가신청’을 하고 패스가 돼야만 브런치에서 정식 발행이 가능했다.  여기서 난 또 한 번 멈칫했다.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려 했다. 그 뒤로 한참이나 지난, 잠들지 못하는 어느 날 새벽 무심코 브런치의 문을 두드렸다. 작가신청을 하고 나서 그날 아침에 ‘브런치 작가 되는 법‘ 을 검색해 봤다. 내가 신청한 대로라면 거절되기가 쉬웠다. 다시 수정해서 신청해 볼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만뒀다. ”아니면 말지 뭐. “ 란 생각으로.


다음 날 오후, 핸드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직감으로 ‘브런치‘ 구나 했다. 고맙게도 나에게 작가님이란 호칭을 붙여 주었다. 무언가 든든한 대나무숲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뒤로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아직도 내 글을 발행하는 것에 조금의 부끄럼이 있긴 하지만, 어쩌면 내 안에서 뒤죽박죽 엉킨 채로 묻혀 살아갈 많은 이야기들이 브런치를 통해 조금씩 숨 쉬게 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아직 별것 없는 글이지만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잔잔한 울림을 줄 수 있는 글들을 적어나가고 싶다.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브런치가 언제나 열린 공간으로 남아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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