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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SYKOO Jul 29. 2022

마지막 순간


매일같이 반복해오던 어떤 일을 마무리하는 순간이 사실

이번 생에 마지막 순간이라면,


우리는 과연 그 사실을 알아챌 수 있을까.





2019년 7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정규 작가의 삶에서 마지막으로 작품 활동을 했던 시기는 작고 2년 전인 2017년.



이정규 작가가 2017년 완성 한 총 8점의 작품 중에서 과연 어떤 작품이 작가가 그린 마지막 작품인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작가가 정리해 둔 작품 정리 순으로 볼 때, 작가의 마지막 작품은 본 작품(제목 미상) 일 것으로 추측된다.


붉은 석양이 지고 있는 바닷가에서 저 멀리 쏘아볼 심산으로 활을 당겨 어딘가를 겨누고 있는 한 남자가 보인다. 화살은 아직 떠나지 않고 팽팽히 당겨진 활에 걸쳐져 자신이 날아갈 곳을 이리저리 주시하고 있을 테지.






작가는 과연 어떤 생각으로 이 작품을 구상했을까.


그리고 많은 시간에 걸쳐 이 작품은 여기까지 그리면 되겠다, 하며 붓을 내려놓았을 때.



작가는 과연 자신의 일생과 함께 해왔던 붓을 마지막으로 내려놓는 순간임을 과연 알고 있었을 까.



생의 마지막 작품이 될 이 작품을 처음 구상했을 때 과연 그 사실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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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마지막 순간을 직감하고(혹은 시한부임을 인지하고서), 주변을 정리한 뒤 떠나는 사람도 있고, 미쳐 마지막임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급작스럽게 마지막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사업자를 내고, 아버지 회사의 회계일을 봐주시던 회계사님께 세금 관련해서 전화통화로 여러 차례 도움을 받았다. 아버지 가까운 친구의 동생분이라서 내게도 언제나 조언의 말씀을 주시면서 시작하는 초보 사업자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좋은 말씀, 따뜻한 말씀을 많이 전해주시고, 무상으로 세금 관련 일 처리도 도와주셔서 늘 감사하고 든든한 마음이었다.



올초 종합소득세 관련해서 통화를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난 주말 엄마로부터 김진원 회계사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씀을 전해 듣고 얼마간 말을 잊지 못했다.


2년 전, 암 선고를 받고 시한부임을 인지하고 남은 시간 동안 여전히 자신의 일상을 지키며 언제나처럼 따뜻한 인사말과 응원으로 주변 사람들을 살피던 분께서 자신의 병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2년간 홀로 암과 사투를 벌이시다 몇 주전 병환이 급속히 나빠져서 병원으로 옮겨진지 몇일만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흐트러짐 없이, 가까운 가족을 제외한 그 누군가에게도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거나 좌절하지 않은 채 언제나 그래 왔던 것처럼 자신의 일상을 힘닿는 대로 지키다 떠나신,


자신의 지병에도 많이 힘들었을 순간에도 다른 사람의 안위를 늘 먼저 걱정해주신 김진원 회계사님.


떠나가신 그곳에서 부디 평안히 쉬시길 바랍니다.


제가 당신께 진 마음의 빚을 갚을 길은 말씀해주신 것처럼 '훌륭한 비즈니스 우먼'이 되는 길이 유일하겠지요.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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