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gging Style

(혹은 똥 싼 바지 룩)

by 이제

엉덩이 골은 둘째 치더라도, 허벅지 사이에서 비적대는 가랑이는 대체 어떻게 견디는 걸까.


통상 똥 싼 바지를 입은 사람들을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지켜본 바로는 살이 풍부해 의도치 않게 바지가 주르륵 내려간 경우를 제외하면, 내가 거리에서 만난 새깅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냘프다. 무릎뼈를 스치며 모델 워킹을 흉내 내도, 허벅지 안쪽 살이 서로를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 나의 오래된 염원이기도 한 바로 그 체형.


그런 사람들을 보며 문득 생각한다. 차렷 자세에서도 언제나 바람 길을 내어주는 허벅지 사이의 비어있는 공간이 너무 스산하여 바지의 비적거림으로, 느슨한 천의 무게와 쓸림으로, 무엇 하나를 덧대어 '꽉 찬' 느낌을 얻고 싶은 건 아닐까.


걸을 때면 언제나 허벅지가 쓸리는 사람으로서, 왜 그런 '가득 참'을 느끼고 싶은 건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사람은 중력의 영향을 받고, 어떻게든 이 몸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조금이라도 몸의 밀도와 질량을 한 곳으로 응집시키고자 하는 어떤 본능적인 행동으로 허벅지 사이를 채워 넣는 건 아닐지. 몸의 빈 공간을 최소화함으로써 중력 앞에서 더 단단히 버티기 위한 습성 같은 거랄까.


혹은, 한 때 반항의 심벌이기도 했던 이 패션이 거칠고, 세게 보이고 싶은 표면적 이유보다는 어쩌면, 바지의 마찰로 생기는 촉감과 미세한 열기로부터 휑한 허벅지 사이만큼이나 차가운 세상의 관심에서 소슬해진 마음을 스스로 토닥이는 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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