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행백서_日本流行白書] 일본 최대 패션 쇼핑몰 ZOZOTOWN
한국은 이른바 실제 오프라인 점포가 없어도 온라인으로만 판매를 하는 유명한 사이트들이 많은 데 일본은 이런 온라인 브랜드가 거의 없고, 대부분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가 온라인 사이트도 같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실제 오프라인 거점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를 하되, 재고는 전부 위탁을 받아서 한 곳에 모아놓고 발송을 하는 비지니스 모델로 일본 온라인 패션업계를 평정한 회사가 있다.
온라인 패션 쇼핑몰 ZOZO TOWN 이다.
조조타운은 작년 결산 매출액이 원화로 환산하면 2조원이 넘어서 한국의 유사한 패션 쇼핑몰들의 매출과는 자릿수가 다른 규모를 보여주는 거대한 기업인데 이런 업계를 선도하는 리딩컴퍼니로서 다양한 비지니스 적인 시도에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기업문화는 창업자인 마에자와前沢씨의 트위터를 놓고 고객과 설전을 펼친다던지, 파스키아의 그림을 고가로 소더비경매에서 낙찰 받는 다던지, 일본 프로야구 구단인 치바롯데마린스 메인스타디움의 명명권을 산다던지 하는 싸움닭 캐릭터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황당하기 까지 한 그들의 몇 가지 최근의 맹랑한 시도를 살펴보면 더 그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0엔세일.
갑자기 아무 예고도 없이 2만아이템의 상품 가격을 0엔으로 내렸다. 처음에는 고객들이 시스템 에러인 줄 알고 SNS에 미친 듯이 공유(하거나 몰래 사거나)하면서 조조타운 측의 막대한 손실을 희희낙락 즐겼다. 심지어 다들 이게 실제 배송이 될까 반신반의하면서 구매 버튼을 눌렀는데, 덕분에 조조타운에는 창업이래 가장 많은 트래픽이 몰렸고 다들 조마조마하면서 물건 오기를 기다리는 순간 조조타운 메인에 공지가 떴다.
조조타운이 여러분들 덕분에 1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10년간의 감사의 마음을 담아 2만 아이템, 약 20억 원 상당의 상품을 어젯밤부터 0엔에 팔았습니다. 매일 저희 사이트를 찾아주시는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깜짝 선물이었습니다. 조조타운은 앞으로도 놀랍고 감동이 넘치는 서비스를 목표로 한층 더 힘을 내겠습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헉.이다. 결국 반신반의하면서 구매 버튼을 눌렀던 많은 사람들은 정말 그 상품을 다 배송받았다. 이런 이슈잉 덕분에 조조타운은 10주년 이벤트를 겨우 20억 원을 가지고 1억 2천만 일본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상기시키는 서프라이즈 마케팅에 성공했다.
백화점을 쇼룸으로
몇 년 전이다. 조조타운이 패션 코디 앱인 WEAR를 론칭하면서 사실은 더 커다란 업계의 패러다임 쉬프트에 도전했었던 적이 있었다. 일본의 유행 중심지 시부야에 있는 PARCO백화점 전체를 조조타운의 쇼룸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 파르코 백화점이 1년 후 리뉴얼을 앞두고 있었지만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 구매를 할 때에는 매장에 비치된 조조타운의 단말기에서 주문을 하면 그다음 날 집으로 도착하는 이른바 O2O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를 실험했던 것인데 파르코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거의 조조타운의 주요 거래선이고 파르코 백화점의 전격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시도가 되었던 내용이었으나 결과는 처절한 실패였다. 실패의 원인은 시스템적인 (고객이 한번 더 뭔가 액션을 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지만 사실은 더 중요한 실패 원인은 파르코 브랜드의 각 점장들의 동기부여가 거의 안되었다는 점이었다는 후일담이 있다. 자기 눈 앞에서 결제가 되고 매출이 올라가는 모습을 확인하는 "인간적"인 동인이 없다는 것. 향후 O2O를 추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실패사례로 남게 되었다.
송료 무료가 아닌 송료 자유
이런 조조타운이 최근에 해괴한 짓을 하나 벌였다. 일본도 많은 쇼핑몰들이 이른바 "송료 무료" 행사를 많이 벌인다. 일본은 보통 송료 무료가 아니면 350엔에서 500엔 (3500원에서 5000원) 정도의 송료를 고객에게 받는다. 이 송료를 무료로 한다는 것은 쇼핑몰들에게도 고객들에게 메리트를 제공하면서 행사기간 중에 매출을 올리는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되었었는데, 조조타운이 이번에 남들 다하는 송료 무료 행사가 아니라 고객이 송료를 자유롭게 정하는 "송료 자유" 서비스를 선보였다.
송료 자유는 쉽게 말하면 물건 구매 버튼을 누르고 결제 프로세스를 쫒아가다 보면 배송비를 넣으라는 화면이 뜨고 거기에 고객이 직접 송료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자 이쯤에서 생각해보자. 송료를 0엔으로 적어도 된다. 그 어떤 불이익도 없다. 0엔으로 적는 게 좀 "미안"하다면 10엔으로 적어도 된다. 이런 기상천외한 "짓"을 하는 조조타운은 도대체, 왜, 이따위 서비스를 하게 된 걸까? 일단 우리 싸움닭 마에자와 사장님의 트위터를 한번 보면.
"오늘부터 조조타운의 송료는 고객 여러분의 기분이나 상황에 맞춰 자유롭게 정해서 받는 걸로 하려고 합니다. 0엔도 좋고 500엔도 좋습니다. 다 고객 여러분 자유입니다. 자유롭게 가격을 정해주시는 것으로 배송을 직접 하는 택배사 여러분과 받는 사람들과의 사이에 그 어떤 감정이나 기분의 교환이 생겨나면 좋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잘 부탁합니다"
자.. 암튼 우리 자유와 박애주의자 마에자와 사장님의 의견은 이렇게 범인류적이고 약간 어리석을 정도로 순수한데 여기에 고객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정말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일본인) 고객들이 송료를 많이 적어냈을까? 궁금하지 않는가? 인간이란 존재가. 여기 지난 23일간의 결과가 있다.
고객들이 지불한 평균 송료는 96엔. 송료를 0엔으로 한 고객은 전체 고객의 약 43%. 평균 송료가 가장 높은 곳은 후쿠시마현(지난 지진에 방사능이 누출됐었던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곳이다)의 111.73엔. 가장 낮은 곳은 나라현으로 86엔. 오호. 이걸 내는 사람이 있네? (라고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
일단 몇 년 전의 0엔 세일만큼 많은 사람들에게서 회자가 되는 바람에 또 마케팅 비용 없이 대대적인 이슈잉이 한번 된 것은 사실이고, 그 간 송료 무료를 하더라도 그게 다 상품값에 포함되어 있는 거 아니냐 라는 (사실 이 내용으로 트위터에서 마에자와 사장이 고객이랑 한판 붙었던 전력이 있다)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도 있는데. 이 황당한 실험이 어떤 결과가 앞으로 나오게 될지는 주목할 만한 필요가 있다.
이 실험을 한국에서 했으면 어땠을까?
0엔으로 입력한 사람이 43%를 넘을까? 아니면 더 적을까?
어떤 지역이 가장 많이 내고, 어떤 지역이 가장 적게 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