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몬순 Feb 14. 2021

읽그 57. <슬기로운 뉴로컬생활>

새로운사회를여는 연구원 기획 / STOREHOUSE

인생은 선택의 연속, 선택의 결과가 흥이든 망이든 어른이라면 결과를 초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경험이든 내공이든 쌓인다 해도 인생1회차는 실수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했던 실수는 반복하지 말자고 생각하지만, 똑같이 되풀이되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이 더 많으니까. 오늘 스콘을 너무 바싹 구웠다고 생각하고 내일은 좀 일찍 꺼내야지, 라고 생각한다 해도 내일은 스콘이 아니라 처음 만들어보는 에그타르트를 만들어야 하기 마련이다. 삶의 어려운 문제는 거의 다 인간의 응용력을 시험한다. 그러니 오늘보다 내일 더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긴 하지만, 앞서 결과를 초연하게 감내할 수 있도록 물같이 평온한 마음을 갖추길 바라게 된다.


하지만 언제는 그게 쉬운 적이 있었나.




어떤 선택을 앞두고 있다. 오늘은 스쿼트를 딱 20개만 더 할까, 이런 흔치 않은 다짐도 과거와 다른 나를 만들어주겠지만, 그와는 다른 레벨로 삶을 바꾸게 될 거라는 강력한 예감이 든다. 몇 년후의 미래로 딱 한 번만 다녀오고 싶다. '못 먹어도 고'를 외칠 때의 나와 '이건 아냐, 스톱'을 외치는 나의 미래는 각각 어떻게 뻗어나갈까. 평행우주가 존재하지 않는 한 선택도 단 한 번이고, 파생되는 미래도 단 하나다. 평행우주가 있다한들 현재의 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고 싶어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이 두 가지 이유로 새로운 일을 밀어붙인 적이 많았다. 중요하든, 사소하든 어떤 선택을 할 때 가장 근본 없고 강력한 동기가 돼주곤 했다. 그런데 이제 발을 내딛기 전에 제동을 거는 일도 꽤 생겼다. 시간과 체력과 돈을 요구하는 일 앞에서는 주춤한다. 경험 수집가처럼 행세했던 전과는 달리, 이것 또한 나한테 다 도움이 될 거라고 무작정 긍정했던 전과는 달리, 하나씩 돌다리를 두드려본다. 초반의 흥미가 사그라든 다음에도 감당할 수 있는 일인가. 투자 비용에 합당한, 또는 그 이상의 산출물이나 성장을 약속하는 일인가. 내가 바라는 라이프스타일에 합당한 일인가.


하지만 이런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따라가더라도 결국 중요한 결정은 직관적으로 내리게 되는 것 같다. 직관인지, 충동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해야 하는 일이라는 마음의 소리에 따라서.  


그래서 내가 내려야 하는 선택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읽었다. 용기와 슬기를 얻으려고. 프로야구 꼴찌팀의 성장을 그린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이제야 봤고, 서울 말고 '로컬'에서 답을 찾는 사례를 하나하나 찾아간 책 <슬기로운 뉴로컬생활>을 읽었다. (사실 스토브리그는 처방전이라기보다는 골치 아픈 현실을 잊기 위함이었지만, 이후에 읽은 책과 연결 지으니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각자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살아가는 모습, 목표도 다르지만 아이디어에 머물렀던 구상을 시행착오를 거쳐 손에 잡히는 결과물로 만들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코로나가 끝나면 강화도의 '책방 시점'에서 북스테이를 해보고 싶고, 광주 1913송정시장도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다. 대구 북성로의 공구 모양 빵은 벌써 먹어봤지, 허허.  



구체적인 답을 찾는 독서도 좋지만, 기운을 받기 위한 독서가 더 필요했던 주말이었다. 현실에 부딪히는 서로 다른 자세와 답을 찾아나가는 자세를 보며 실마리를 잡았다. 정답은 없지만, 자신만의 답은 가져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읽그 56. <100인생그림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