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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쏨땀쏨땀 애슐리 Nov 09. 2019

족자카르타 하얏트, 10만원이면 됩니다.

가성비와 인생샷 다 잡는 호텔들

유럽이나 미주가 아닌 동남아시아로 떠날 때 기대하는 것은 무엇? 초겨울에 접어든 지금 퍼뜩 든 생각은 햇볕이다. 추워서 움츠러든 어깨를 펴게 해 줄 남국의 정열과 그 열기가 오롯이 녹아있는 음식은 또 어떻고. 날씨와 음식이 여행의 8할은 차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2할은 호텔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에서라면 5할 정도로 세게 불러도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되게 숙소를 중시하는 여행자 같지만 기준이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다. 신혼여행지였던 리스본에서도 난 기차역에 딸린 작은 호스텔에서 묵었으니 말이다.

보로두부르의 스투파를 옮겨놓은 듯한 장식이 족자카르타 호텔의 특징인가보다. (좌)하얏트리젠시, (우)숨버와투 헤리티지.

하지만 딱 하나, 가격 대비 효용은 심하게 따진다. 나는 한정된 시간과 돈을 들여 놀러 왔다. 그래서 숙소 자체가 곧 여행이 될 수 있도록 고르고 또 고른다.


족자카르타에선 일주일 가량을 머물렀는데 총 3곳의 호텔을 경험했다. 120% 만족한 곳도 있었고, 살짝 아쉽긴 했지만 추천할 정도는 된다 싶은 곳도 있었다. 족자카르타는 인근의 발리처럼 호텔업이 엄청나게 발달한 곳은 아니다. 방콕처럼 눈 뜨고 일어나면 신상 호텔이 생기는 팬시한 지역도 아니다. 세련된 호텔 스테이를 원하는 여행자라면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은 돈으로 5성급 호텔을 즐기고 싶다면, 포토스팟이 많은 호텔을 원한다면 족자카르타를 내년 여름 휴가지 후보에 올려도 된다.


1. 하얏트 리젠시 족자카르타(★★★★★)

쭉 뻗은 야쟈수가 속이 다 시원하다. 낮에도, 밤에도 예쁜 정원.

아고다에서 조식 포함 1박 86달러에 결제했다. 지은 지 오래돼 낡았다는 후기도 봤지만 크고 잘 가꿔진 정원 사진에 반해 여기로 정했다. 물가가 싼 인도네시아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5성급 호텔인데, 10만원 정도면 아주 만족스러운 가격이다. 9월 초, 건기라 날씨가 좋을 때 이 가격이고 우기가 시작된 후 비수기엔 50달러 대에 묵었다는 후기도 여럿 봤다.


로비로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족자의 자랑, 보로두부르 사원 꼭대기에서 볼 수 있는 스투파 모양의 조형물이다. 하얏트 뿐 아니라 나중에 언급할 숨버와투 헤리티지(sumberwatu heritage)에도 스투파가 있었다. 쉐라톤에도 있던데, 나름 족자 호텔들의 특성인가보다.

조깅코스가 잘 조성돼 있다. 풀밭 사이에 길이 난 게 조깅코스다. 가볍게 땀빼고 조식먹으면 꿀맛!

호텔을 빙 둘러 조성된 조깅코스가 참 좋았다. 다 돌면 2km 정도 되는데, 두 번, 두번 반을 돌면 딱 기분 좋은 아침 운동이 됐다. 골프를 즐기는 이에게도 추천한다. 그린피가 우리 돈으로 3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골프치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뛰는 아침이 참 상쾌했다.


더운 나라에 갔으니 수영장도 중요하다. 실제로 보고 든 기분은...크고 아름다워! 야쟈수가 적절히 심어져 그늘이 돼 줬고, 스릴있는 슬라이드도 하나 있어서 여러 번 오르락 내리락 했다. 무엇보다 왜 사람이 이렇게 없는거죠? 3일을 묵었고, 매일 수영을 했는데 수영장을 통으로 전세낸 것처럼 한갓졌다.

사람이 없을때 찍은게 아니라, 하루 종일 기다려도 사람이 없다. 그래서 전세내고 우리만 잘 놀았다는 이야기.

2. 그린 호스트 부띠끄 호텔(★★★★☆)

호텔 이름에도 느껴지듯 그린그린한 곳. 초록이들이 많아서 개안하는 기분이었다. 옥상에서 레스토랑에서 쓸 유기농 야채를 재배한다.

아고다에서 조식 포함 1박 5만원에 결제했다. 이 곳의 특장점은 위치다. 여행자 편의시설이 가득한 프라위로타만 거리에 있어 여행사와 맛집들, bar(족자는 이슬람 문화권이라 술 파는 곳을 찾기 힘들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내가 이 곳을 선택한 이유는 초록초록한 그리너리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어서다. 건물 전체를 초록 식물들이 점령한 이 곳. 수영장에서 둥둥 떠다니며 초록이들을 보는 기분이 참 환상적이었다. 옥상에 가보면 유기농 야채를 수경재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 레스토랑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식재료들이다.


호텔 내 마사지숍도 추천한다. 여행자 거리이니 밖에 나가면 더 저렴한 숍들도 많지만, 호텔 부대시설치고는 저렴한 가격이라(1시간에 전신마사지 1만7000원 정도 수준이다) 부담이 없다. 호텔에 묵지 않는 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곳이다. 다만 근처에 모스크가 있어서 새벽에 무조건 깰 수밖에 없다는 건 단점이다.


3. 숨버와투 헤리티지(★★★★)

갈대밭이 인상적인 숨버와투 헤리티지. 쨍할때도 예쁘지만 노을 무렵은 더욱 아름답다.

트립닷컴에서 1박 10만원에 결제했다. 보로두부르와 더불어 족자의 하이라이트인 쁘람바난 사원 근처에 있다. 쁘람바난이 일몰로 유명한 사원인데, 이 곳 레스토랑도 일몰 보기에 좋은 장소로 소문나 있다. 현지인들도 인증샷을 찍기 위해 몰려드는 곳이다.


지은지 얼마 안된 새 호텔이라 딱 봐도 깔끔깔끔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잘 관리되고 있는 인피니티풀도 자랑거리다. 아침엔 근처 바롱 사원으로 미니투어를 떠나는 프로그램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사원을 둘러보고 돌아오니 적당히 활기차고 식욕도 돌아 만족스러웠다.


다만 숙박료가 하얏트와 비슷한 수준인데 시내와의 접근성이나 조식, 부대시설 등을 봤을 때 하얏트를 더 추천하고 싶다.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저 수영장에서 밑을 바라보면 마을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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