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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와 달 Dec 26. 2019

5. Epilogue

안녕, 도밍고. 또 만나!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돌아온 지도 벌써 반년이 되었다. 

카리브해 그 섬에서 꼭 9개월을 살았다. 


그동안 이곳에 글을 쓰지 않은 것은, 

그만큼 내가 생활 속에서 자족하며 지내었다는 것의 반증일 수도 있다. 


나는 그곳에서 하루하루 감사하며 지냈다. 

그곳은 내가 기억하고 싶은 이름들이 가득한 소중한 곳이다. 

내 마음에 그런 곳을 품을 수 있어 감사하다. 


FUNDEMAR라는 산호초 보호 단체에서 일을 하면서는 

멋진 여성 리더들과 함께 바다를 탐험했다. 

Maria는 마음 속에 리듬이 가득한 생물학자여서 라틴 음악이 나올 때면 자신만의 춤사위를 선보였다. 

나의 하우스메이트, Annie는 나에게 기타와 우쿨렐레를 악보 없이 마음대로 치는 아름다움을 가르쳐주었다. 

거의 매일 그녀와 나무 잔교에서 일출을 보고 별이 뜰 때까지 노래하고 춤췄다. 

 

Ana와 Edriam은 나의 베스트 도미니칸 프렌드들, 

그들은 나를 가족처럼 환대했고 보살펴주었다. 

맹장염 수술로 누워있을 때 끝까지 병실을 지켜준 친구들, 

3일 동안 그들이 사다준 사과주스만 먹었다 (그 후로도 난 사과주스를 좋아한다).


그렇게 수술을 하고 나서 바로 멕시코로 예정된 여행을 떠났는데, 

도미니카 한 폭포에서 놀다가 친해진 멕시코 친구 David는 

자신의 아버지께서 의사고, 절친이 물리치료사니 걱정 붙들어 매라고 안심시켜주었다. 

정말로 그와 그의 가족들은 나를 치료해주었다. 

넘치는 애정과 맛있는 타코로..


그의 고향 Xalapa에서 Puebla로 가는 화산 따라 펼쳐진 드라이브에서 Tash Sultana의 'Jungle'을 처음 듣기도 했다! 

화산과 지평선 너머로 석양이 질 때 들은 cigarettes after sex는 또 어찌나 좋던지, 

그때의 석양은 은은하게 붉은 아름다움이었다.  


쿠바의 호스텔, 까사에서는 디스코 뮤직에 맞춰 춤을 잘 추고 하이킹을 좋아하는 Marina를 만났다.  

쿠바에 도착한 첫날밤, 그녀는 나를 하바나 시내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그룹에 초대해주었고, 

나는 열심히 달렸다. 첫날부터 가득했던 그곳의 낭만, 살사와 시가..

그리고 아이스크림이 맛있었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던 오래된 페리 (사실 페리라기보다는 고철덩어리에 가까운)를 타고 

모로 성에서 열린 책 박람회를 가려다가 비만 맞고는 돌아와야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쿠바 사람들과 정박장에 가만히 앉아있던 그 시간은 

마치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를 처음 만나던 그 항구의 선술집 같은 분위기가 연상되었고 

사람들의 재채기 소리 하나, 아이의 장난소리 하나가 다 섬세했다. 


폭우보다는 소나기가 무섭다고, Marina와 나는 벌벌 떨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기념품샵 쿠바 아주머니께서 그럴 때는 화이트 럼에 라임 조금, 꿀 조금 해서 먹으면 바로 낫는다고 하셨다. 


반신반의하며, 아니 사실 그냥 럼이 마시고 싶어서,

우리는 바에 들려 아주머니께서 처방해주신대로 주문을 했고, 

딱 한 샷만 마시고 집으로 가는 길에 우리는 감기 기운이 날아가버리는 기적을 경험했다!


도미니카 Cabarete 호스텔에서 volunteer로 한 달 동안 지낼 때에는

서핑과 요가, 그리고 매일 밤 파티로 보냈는데 

그때 만난 Emiliano와 Pablo, Mayte는 나에게 평화를 주는 사람들이다. 


해변에서 앉아 가만히 과일을 먹거나, 요가를 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기타를 치거나, 별을 보거나, 파도를 보거나, 언제든 그들은 '참 선물 같은 순간이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지금 이 순간 참 완벽하다'라고 서로에게 말한다. 


Ahora es perfecto. 지금이 완벽하구나. 

도미니카에서 내가 새로 배운 마음과 감정 하나를 꼽자면 바로 이것이다. 

충분함 속에서 평화로울 수 있는 것. 



아직도 그곳을 생각하면 바닷바람에 야자수가 팔을 흔들며 내는 소리가 들리고,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의 미소가 떠오른다. 

그들은 참 따뜻했고, 나는 감사했다. 

우리들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 그 순간들은 자체로 완벽했다. 

Ahora es perfecto. 내게는 마법같이 찾아오는 말. 

그곳과 그 모든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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