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까이에서 1차 세계대전을 들려드립니다
백 년 뒤 당신들께, 안녕하세요.
엘리자베스 부싹(Elisabeth Boussac)입니다.
아버지 이름은 자크, 어머니 이름은 마리-조제프로, 저는 1913년 결혼했던 두 사람의 첫 아이였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보실 때마다, 7월 4일 갓 태어난 제 얼굴 위로 찬란히 쏟아지던 여름 햇살이 떠오른다 하셨습니다. 빛 속에 태어난 저는 하늘이 보내준 천사였다고 하셨습니다.
전쟁 전, 우리 집은 제분공장을 운영했습니다. 아버지 공장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우리 집보다는 앙드레 삼촌과 기트 고모가 사는 파리 할머니댁에서 훨씬 가까웠습니다. 할머니는 파리 근교 도시인 팔레소에도 커다란 집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루이즈 고모 가족들이 살고 있었는데, 고모는 지병으로 건강이 좋지 못했기에 할머니가 전쟁 내 팔레소와 파리를 왔다 갔다 하시며 양쪽 집 모두를 돌보셨습니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장은 앙드레 삼촌이 이어받았습니다. 삼촌은 전쟁 초반에 큰 부상을 당해서, 거의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로 후방근무자로 파리에 남았고 아버지 공장을 운영하며 가족들을 돌봤습니다. 삼촌은 그렇게 전역하게 된 걸 부끄럽게 여기시는 것 같았지만, 부모님은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서 삼촌이 집으로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또 삼촌이 파리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는 했습니다.
전쟁동안 기트 막내 고모는 대학에서 연구하고 있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고모는 다재다능하고, 조금 괴팍하지만 식견이 높고 안목이 좋아서 대화를 다채롭게 이끌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게 때로는 감성적인 어머니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앙드레 삼촌과 기트 고모의 깐깐한 성격은 결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하셨습니다.
우리 어머니, 마리-조세프는 어두운 머리색에 반짝이는 예쁜 눈을 가진 강한 사람입니다. 전쟁이 시작되고, 외갓집 식구들이 있는 오스트르보스크 농장으로 가셔서 이제 갓한 달이 되는 저를 돌보며, 다른 가족들을 도왔습니다. 농장에는 마들렌 이모, 젠비에브 이모, 외할머니 그리고 사촌 키키와 파크레트가 있었습니다. 외할머니는 파리와 피에르피트라는 파리근교도시에 집이 있었는데, 가끔 일을 보시러 나가셨지만, 보통은 우리와 함께 농장에 계셨습니다. 외할머니집은 어느 쪽이든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어머니는 오랫동안 비어있던 우리 집 대신에 외갓집에 머물고는 했습니다. 외갓집으로 가고는 했습니다.
이 편지는 제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던 1914년 8월에 시작됩니다. 어느 날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갓 태어난 저와 아직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한 어머니를 두고 떠나야 했던 아버지는, 외가 식구들이 있는 오스트르보스크 농장에 우리를 데려다주셨습니다. 어머니는 하루라도 더 아버지 곁인 파리에 있고 싶어 하셨지만, 피난민으로 온 파리가 난리법석이었기에 아버지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가족이 헤어지게 됐던, 1914년 8월의 여름, 우리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드디어 소개드립니다 : )
안녕하세요!
브런치에는 몇 번 퇴고 전 원고를 업데이트 하기도 했던 작업의 완성본이 나왔습니다.
현재는 원고 교열중으로 작업과 동시에 펀딩을 준비중입니다.
3년여가량 긴 호흡으로 끌어온 작업으로, 드디어 공개하게 되어 무척 즐겁습니다.
세계대전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아주 특별한 소장 자료가 될 예정입니다.
백 년 전, 세상으로 초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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