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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May 15. 2022

술 한 잔 하자는 말 대신 기프티콘

2만 원어치의 위로

친구가 새로 들어간 직장이 힘들다고 말했다.

친구의 회사는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월화수목금금금 같은 직장인한테 어떻게 만나자고 하겠는가?


힘들다는 친구한테 만나서 술 한 잔 하자고 하는 것도 학생, 아니 사회초년생 시절까지만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다.


회사는 바쁘고 정시퇴근은 요원할 때. 친구가 아무리 만나고 싶어도 만남은 쉽지 않다. 게다가 주말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 늘어지는 타입(바로 나다)일 경우, 결국 만남은 주중 퇴근 후가 되는데 직장생활이 6년 차가 되면서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체감하고 있다.


나에게 퇴근 후 시간이 귀한 것처럼 친구 역시 그럴 터. 마음이 있더라도 시간을 낼 여력도 체력도 없을 것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조용히 배달음식 상품권을 보내는 것이었다.


부디 더 강하게 버텨주기를.

그러다 너무 힘들면 놓는 것을 택하는 용기도 내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작은 기프티콘에 담았다.


친구가 퇴근 후 밥 차려 먹는 수고를 덜고, 어떤 음식을 시켜 먹을지 고를 때 조금이라도 신난다면, 내가 건넨 위로는 성공한 것이다.

다음 날 친구가 음식 사진과 함께 잘 먹었다는 인사를 보내왔다. 얼마나 착한 친구인지. 내가 준 건 고작 이만 원어치였지만 돌려준 마음이 더 고맙다.


친한 친구  명을 평균  것이 자기 자신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제각기 다른, 내가 가까이 지내는 사람 열 명을 모아 한 명으로 만들면 그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 말처럼 나는 가장 가까운 내 친구들이 나의 또 다른 나라고 생각한다. 각기 다른 일터, 인간관계, 가정에서 고군분투 중인 내 분신. 서로가 서로를 대신할 순 없지만 마음만은 이어져 있는 관계인 것이다.


사실 이 친구는 얼마 전 내가 새 입사를 앞두고 부담 가득한 마음을 안고 있을 때 먼저 선물을 보내준 친구다.


그동안 카페를 갈 일이 없던 탓에 한 달이 된 오늘까지 바꿔먹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유자차와 달달한 마카롱 두 개를 이미 먹은 듯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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