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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다공원

by 이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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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어딘가, 만나다공원이 처음이라면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농장과 창고 몇 건물을 지나 이상한 연못, 큰 나무 옆 길가에 내린다. 그러면 이제부터 이 식당을 찾는 일이 시작된다. 연못 옆 왠지 숲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작은 오솔길과 그 위에 어렴풋이 보이는 건물 하나.


저기가 식당이라고? 둘은 힘차게 작은 그 길을 걸어본다. 에이 뭐 식당이 없으면 어때. 길이 예쁘니까 올라가면서 사진이라도 찍으면 되지.


하며 올라간 그 끝에는, 열기 전까지도 여기가 식당인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드는 하얀 문이 있다.

그 하얀 문을 열고나면 온갖 마음을 후벼 파는 귀여운 것들이, 취향의 무언가가 여기저기에서 덮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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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바늘도 없는 시계를 걸어서 인테리어에 쓸 생각을 했을까. 한참을 올려보다가 문득 시계 유리에 적힌 축결혼 글자를 보고 만다.


아 그럴 만도 하구나, 하고 납득해 버린다.

아내 손을 꼭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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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에 먹었던 여름맛이 나는 여름 메뉴가 너무 맛있었다. 혹시 다른 계절에는 메뉴가 바뀌나요? 하고 여쭈어보니 그렇다 하셔서 그러면 다른 계절에 다시 뵈어요. 하고 인사했었다.


겨울은 특별히 겨울의 맛이 나는 메뉴가 없었지만, 여전히 음식은 훌륭했고 충분히 행복했다. 그러면 계절이 바뀌면 다시 뵈어요. 여기에만 드리는 내 나름의 특별한 인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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