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멋진 장래 희망
어릴 땐 멋진 직업들을 잔뜩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예닐곱 살 때쯤 누군가 뭐가 되고 싶니 물으면, ‘화가이자 보육원 원장이자 선생님이자 지휘자이자 변호사이자 수의사이자 빵집 사장님’ 같은 대답을 하곤 했다. 당시에 잘한다고 칭찬 들었던 영역과 어른들이 멋지다고 말한 영역과 정 많은 어린 가슴이 이끌렸던 영역들의 짬뽕이었다.
그 무엇도 아닌 회사원으로 첫 '잡걸음'을 뗄 무렵엔 인생에 걸쳐 멋진 일들을 촤르르 꿰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작가이자 파워블로거이자 작사가이자 해외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업의 전문가이자 나중에는 교수' 같은 20년어치 로드맵을 그리며 그런 멋져 보이는 일들을 하나씩 해내는 계획과 실천을 젊음이 끝나기 전 시도라도 해봐얄텐데 종종거렸다. 젊음이 곧 인생이라 생각한 웃기는 짬뽕이었다.
삼십 후반으로 접어들 무렵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다. 사회생활 십오 년이 넘어가며 생각보다 세상엔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는 것을, 나이와 직함의 무게는 그 사람의 어른스러움의 무게와는 딱히 상관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즈음이었다. 집과 회사, 친구와 경제와 사회 속 자연인으로서의 변화를 마주하며 멋져보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갈고 갈려 본 시간 뒤, 멋짐은 고사하고 어른이란 삼십 대 주제에 감히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주변의 멋지지 않은 어른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겠다는 깨달음이 남았다.
요즈음엔, 그냥 내가 가장 되고 싶다. 멋진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로 살 수 있다면 참 멋질 것 같다. 다가올 사십 대는 오롯이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있을 때 나로서 편안한가를 알아내기 위해, 그러한 모습의 내가 되기 위해 곧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쓰고 싶다. 오늘의 나는 일단 따뜻하고 두툼한 버터 스콘을 한 입 베어무는 순간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