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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선방송 Oct 01. 2020

원하는 것은 결국 언젠가 하게 되어있다

얼마 전에 대학교 선배를 5년 만에 만나게 되었다.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3학년 때 수제버거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나눴던 말들이 떠올랐다. 내가 "언니는 졸업하고 뭐 할 거야?"라고 묻자, 언니는 "나 그림이 그리고 싶어."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언니는 항상 편집 디자인을 하고 있었고, 나는 언니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지는 꿈에도 몰랐다. 당황해서 "뭐? 갑자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회사 다니느라 바빠 언니를 못 본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그 사이 언니는 꾸준히 그림을 그렸고 정말 일러스트레이터(꽤 유명한!)가 되었다. 이제 언니는 언니의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성격을 꼭  닮은, 세상을 보는 따뜻하고 통찰력 있는 시선을 담은 그림을 그린다.



언니를 생각하며 몇 년 전 나를 떠올렸다. 2015년 5월쯤인가. 첫 회사를 관두고 이직하기 전 짧게 친구와 함께 방콕 여행을 다녀왔다. 35도를 육박하는 날씨에 인테리어 소품들을 파는 짜뚜짝 시장이란 곳에 갔다. 친구는 더위에 지쳐 쉬러 떠났는데도 나는 혼자 그 미로 같은 시장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했다. (그때 내 안에 처음 열정이란 것을 발견했다.) 그때 나는 친구에게  "나 이런 일하고 싶다. 이직하지 말까?"라고 말했다. 사실 쉽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내 인생의  또 다른 길이 열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결국 나는 그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지만.)



언니와 나를 생각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원하는 것은 언젠가 하게 되어있는 것이 아닐까? 고속도로처럼 잘 닦인 포장도로를 일직선으로 곧게 달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수도 있고, 좁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달려 이곳저곳 들리며 다소 늦게 도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언젠가 결국 원하는 목적지에 가게 된다. 시간의 차이일 뿐. 생각해보면 여기저기 지나가는 풍경도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돌아가는 길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중간중간 만나는 사람들, 풍경들, 사물들 그 모든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또 다른 깨달음을 얻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가는 길에 또 생각이 바뀌면? 잠시 길을 멈추고 쉬었다 가지 뭐.


위 글은 유선방송의 만화로도 그렸습니다  

<원하는 것은 결국 언젠가 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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