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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 미스터 케이 Jan 03. 2021

카페를 돌려주세요

근데 아직도 카페를 자주 가던 내 심중을 이해를 못하겠다

(Header Source: imgur.com/gallery/BkxriCx)

문제: 카페를 못 가니..

매주 주말이 되면, 가장 기대되는 것 중 하나가 성수, 뚝섬, 서울 숲 근방의 공방형 카페, 공장을 개조한 카페 등 카페를 무작정 찾아가는 것이 참 큰 낙이었다. 

본인 성수동 카페 너무 좋아해요

카페를 가서 각 카페 주인장들의 고집(?)이 담긴 원두 선택과, 그날그날에 따라 다른 스페셜티를 마셔보고, 로스터가 있는 곳에서는 원두 볶는 냄새를 느끼며(때로는 겁나 비리다), 그냥 사람들이 오가는 분위기를 느끼고, 때로는 시끄러운, 때론 조용한 그 분위기를 즐긴다. 


책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일을 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냥 앉아서 멍 때리는 것도, 노래를 듣는 것도 너무 좋아한다. 오고 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테이블의 수다를 백색 소음 삼아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이 참 좋았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진.


몇 주가량 집안에 갇힌 상태로, 일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데, 커피도 음악도 없는 그 분위기 속에선 무기력감만 느껴지고,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집에 대한 편안함이 상존해(원룸이니, 업무 공간 분리 따위 기대도 못한다)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업무 특성상 주로 다른 지역에 있는 팀원과의 소통이 필요하기도 해, 업무 강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호흡이 참 길다. 야근이 참 잦은데, 그 야근의 장소에서 상시 업무 태세로 대기하는 것이 괴로웠다.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집중력도 낮아지며, 신경 또한 날카로워져가고 있었고, 이는 본인뿐 아니라 다른 팀원도 느끼고 있었다. 이중 몇 명의 팀원과 사담으로 미팅을 하며,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했는데. 결론은 각자가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과의 단절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솔루션: 난 카페가 필요해


중화시킬 요소가 필요한데, 이 셋 모두 카페를 지독히 사랑하던 사람들이기에 카페의 분위기가 몹시 필요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 집을 카페로 만들 수만 있었어도 이 보단 괜찮지 않을까?"


내가 던졌다, 다른 친구(편의상 Jake라고 하자) Jake가 그럼 집을 카페로 만들면 해결할 수 있겠네?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라고 묻자


나머지 한 친구(편의상 Vacky라고 하자) Vacky는 카페의 3요소는 커피, 음악, 색깔이라고 말했다. 음 커피랑 음악은 대강 알 듯한데, 색깔은 뭐냐라고 묻자. 따듯함이 풍겨오는 색상이 자신이 연상하는 카페의 이미지라고 얘기했고, 우리 모두 비슷한 취향을 갖고 있어 동감했다. 


검증: 가설과 테스트


그럼, 집을 카페로 만들기 위한 Low-Trial을 해보자!

자 밥먹듯이 했던 Validation Process다.


1. 문제: 카페를 못가

2. 솔루션: 카페 

3. 가설: 카페의 3요소만 충족하면 그곳은 카페

4. 테스트: 하나씩 시도 해보쟈


각자 집의 상황에 맞춰, 벽지를 새로 갈고, 양탄자를 구매하는 등 여러 홈 퍼니싱 제품을 구입했지만, 본인은 작은 것부터 하나씩만 해보자는 의미(지출도 아낄 겸)로 구석에 박아 두었던 블루투스 스피커를 꺼내어, 침대 머리맡 찬장에 두었고, 아이패드 상시 충전 상태로 유튜브 내 40시간 논스톱 재즈 스트리밍을 틀어보았다. 


맙소사, 이유는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다르다! 


지금까지 일어나기 싫었고, 목이 꺾여라 벽에 기대어 생각에만 빠졌던 방이 아주 조금이지만 카페가 되었다!


자 이제, 오래전 사놓고 2달 정도 쓰고 기억에서 지운 프렌지 프레소를 내릴 차례다. 적절한 수준으로 갈아 놓은 원두 한 팩을 들고 커피를 내려보았다. 카페 BGM을 전문으로 틀어주는 채널 스트리밍도 준비되었다. 


오 행복해! 카페에 온 것 같아! 아늑해! 


결과: 보고 및 개선점


생각보다 좋다. 카페 분위기가 느껴져서 그런지, 집중력도 오르고, 상시 기분도 나쁘지 않다. 생각보다 무기력감도 많이 사라졌다. 커피와 음악만으로도 상당히 많이 해결된 느낌! 애초에 집안 벽지가 크림 화이트 계열이고 대부분의 가구 색상도 베이지에 가까운 웜톤이라 분위기도 괜찮았다.


추가적으로 발견한 정말 재밌던 점은, 커피보다 음악이 영향을 크게 미쳤는데, 재즈 음악을 틀었더니 개판이었던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카페의 정돈된 듯 정돈되지 않은 가구의 배치와 깔끔함이 좋았던 것 같다. 최대한 밖에 내놓아 불규칙하게 어질러져 있던 제품들을 정리정돈 하기 시작했고, 모든 것들이 깔끔해야만 깨끗한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끝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신기한 건, 음악을 틀지 않고 늦잠을 자다 일어난 주말 아침에는 여전히 어질러놓고 게을러지며 무기력감이 흘러넘친다. 그러나, 일단 음악을 틀고 잠깐 앉아 있으면 온갖게 불편해 보이고, 정리를 시작하고 하루를 부지런히 시작하게 된다. 


개선 사항은 딱히 안 보이나, 후에 지금 보다 인테리어에 대한 자유도가 높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면, 다른 동료들처럼 홈 퍼니싱을 해보려 한다. 


아! 다른 동료들 또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해주었다, 물론 제일 영향이 컸던 것의 순위가 좀 달랐지만 Vacky와 나는 동일하게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Jake는 새로 산 커피 머신과 마크라메 월행잉이 영향을 크게 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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