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utpinion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익명의 미스터 케이 Aug 26. 2022

Feedback

살살 좀.. 그거 되게 아파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원형을 먼저 보고, 써볼 수 있는 기회는 귀하다. 디지털 송수금이 가능한 앱의 원형을 개발한 사람의 옆에서 직접 써보고 그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귀한 경험이고, 5년뒤 혹은 10년뒤 그 개발자와 다시 만나서 그 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현재의 우리가 없이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들을 누리게 도와준 많은 것들의 원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또한 참 귀하다. 


이런 경험을 공유해주는 많은 분들의 영감을 받고, 기운을 받아, 좋은 서비스, 좋은 제품, 좋은 사람, 좋은 아이디어들을 수혈(?) 받을 겸,  귀한 경험들을 조금씩 쌓고자 부지런히 찾아보고, 부지런히 연락하고,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요즘 재밌게 매일을 보내고 있다. 


직접 만들수도, 사정상 직접 참여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여러군데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고민도해보고 같이 조사도해보고, 매일/매주/매달 단위로 기록하는 할 것들 목록에도 차곡차곡 담아두고, 꾸준히 하나씩 떨어트리고 있다. 


이런 시간을 보내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요청을 받는 것이 제품과 사업에 대한 피드백이다. 제품이 좋은지 안좋은지, 더 자세하게는 이걸 돈주고 쓸지 안쓸지, 계속 쓰고 싶게 만드는지, 아니라면 이유가 뭔지,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아이디어 같은 것을 얻을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다양한 형태의 피드백이다.


근데 아주 가끔, 조금 잔인한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냥 NO와 함께, 돈이 되겠냐, 돈 안될 것 같다, 사용자가 정말 그걸 원하는 거 맞냐, 데이터가 있느냐, 돈을 쓴 데이터는 아니지 않느냐와 같은 이야기에, 대표적으로는 구글이 뺏어가면 어쩔거냐?와 같은 어쩌면 가장 치명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반면 깊이 있는 논의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어쩌면 너무도 얕은 피드백이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형 테크 기업이나, 특정 대기업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특정 아이디어를 뺏고 시장을 독점 하려면, 아주 극소수의 어떤 장치로 보호가 되는 사업이 아니고서야, 반드시 뺏긴다. 어떻게든...


그렇지 않다며, 다른 스타트업들은 저마다의 차별화 전략으로 극복했고 시장에서 새로운 '독보적' 지위를 확보해냈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을 건데, 그건 과정에 대한 고민과 논의 없이 결과만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직 사업의 향방에 대해 논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의 수혈이 부단히 필요한 시점에는 예단하기도 예비하기도 아주 어려운 문제이다. 결정적으로 리소스가 극도로 부족하여, 그런 곳에 할애하는 것은 어쩌면 사업의 생사에 치명적일 수 있다. 


스타트업은 시장/산업/고객/규제 등 고려해야 할 리스크 요소가 너무 많다. 리스크란 위험 그 자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 그 자체를 의미한다. 말 그대로, 잘 될지 안 될지, 그리고 그 원인이 무엇일지 예측키가 극도로 어려워 리스크가 매우 높은 업종이라 일컫는 것이다. 


내가 봐온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하루하루 단 한명의 고객을 만족 시키기 위해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좋을지 부단히 고민하고 실험하고 적용하고 개선하며 경청하는 사람들이다. 당장 구글이 뺏냐 안 뺏냐, 이것이 미래에 될 것이냐 안 될 것이냐를 '예언' 하는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그들이 발견한 문제가 정말 문제가 맞는 것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좋은 방법이 없을지, 그 방법이 있다면 자신이 개발한 아이디어, 제품, 서비스로 어떻게 구현해낼지, 더 좋은 경험을 선사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앞으로 어떻게 경쟁해내갈지, 성사를 만들어갈지는 전적으로 그들의 몫이고, 그들의 끈기와 실행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되냐 안되냐와 같은 의견도 수백 수천의 고객중 한명으로서 줄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이고 강력한 피드백이기에 도움이 된다. 다만, 진정으로 말도 안되는 리스크를 안고서도, 미래 우리가 향유할 편의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이들을 진심으로 돕고 싶다는 마음이 투철하다면, 부디 왜와 어떻게에 좀 더 집중해주면 안될지 간절히 요청드리고 싶다. 


필자는 경험도 적고, 인사이트도 부족해 깊이 도울 수 없는 것이 큰 한이지만, 훨씬 다채로운 경험과 깊고도 깊은 인사이트를 지녔을, 강력한 네트워크와 누구에게 견주어도 지지 않을 훌륭한 업력을 가진 다양한 분들이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관심을 더한 의견을 주셨음 좋겠다. 


그러한 한 마디가, 프로젝트의 성패에 너무도 큰 영향을 주어, 세상을 바꾸는 제품과 서비스라는 것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얕게나마 지켜봐와서 너무 아쉽다. 모두가 그럴 수도 없고,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소한 것들과 스쳐지나가듯 가볍게 여기던 것들이 훗날 매우 크게 다가오는 경우가 흔한 것 같다. 


페이팔 마피아, YC Allum, 구글러 등 오늘날 창업가들의 교본과 같은 책이나 글들을 읽다보면 그들간의 강력한 유대가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다. 그들의 너무도 불확실하고 비판만 가득했던 미래인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의 또 다른 페이팔 마피아와 같은 집단에 작게나마 힘을 실어주고 기운을 불어넣어줄 수 있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누누히 말하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