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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석윤 Jan 01. 2023

정보 파악의 우선 순위

어떤 현상을 진단하고 이해하며 미래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먼저 파악해야 하는 세 가지 정보가 있다. 통시적(通時的)정보, 공시적(共時的)정보, 동인(動因)정보다.


이 세 가지 정보는 현상이 위치하는 좌표를 찾아내고 맥락을 도출하는 재료가 된다. 현상이란 그 자체로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현상이라는 점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는 시야의 축을 확장해 현상의 좌표를 그려내고 숨겨진 궤적을 파악해 그 흐름을 관찰해야만 한다. 우리는 점을 선으로, 선을 면으로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현상에 보다 깊게 다가갈 수 있다.


통시적 정보는 시간이라는 축을 통해 보는 현상의 변화량과 변화 흐름에 대한 정보다.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추세 데이터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공시적 정보는 '같은 시간선 상에서 비교 대상이 되는 객체들의 변화'에 대한 정보다. 즉 벤치마크 정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순이익이 전년대비 10% 증가했다고 할 때, 여기에 대한 해석과 가치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점(點, dot)에 해당되는 현상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를 위해 경쟁 기업의 동기간 순이익 변화율을 살펴 비교하는 것이 공시적 정보다. 또 해당 기업의 과거 몇 년간 순이익의 흐름 및 추세와 비교해보는 것이 통시적 정보다. 두 가지 정보를 모두 확보했을때 우리는 현상 해석을 위한 점의 좌표를 찾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인 정보는 해당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과 역학에 대한 정보다. 예를 들어 순이익 증가분의 대부분이 기업의 핵심 영업활동으로 인한 증가분인지, 영업 외 활동(예: 자산 매각)으로 인한 증가분인지 살피는 것은 동인 정보 확보를 위한 노력이다.


통시적 정보를 통해서는 변화 추세의 지속성을, 공시적 정보를 통해서는 변화의 동인이 미치는 영향력의 범위를 파악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변화 동인 파악을 위한 경우의 수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통시적 정보는 해당 현상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지속적인 현상인지에 대한 단서를 주고, 공시적 정보는 해당 동인이 구조적 요인인지 개별적 요인인지에 대한 단서를 준다.


통시적 정보와 공시적 정보는 비교적 쉽게 가공하고 얻을 수 있지만, 동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관찰력과 통찰력이 요구된다. 가령 "A학생의 시험 점수가 80점이다"라는 현상의 맥락을 잡기 위해서는 과거 A학생의 점수는 어떠한지(통시적 정보), 이번 시험을 같이 본 다른 학생들의 점수는 어떠한지(공시적 정보), A학생의 공부 동기가 무엇인지(동인 정보)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데, 여기서 통상 가장 많은 통찰과 관찰을 요하는 것은 동인정보다. 일반적으로 동인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두 가지 기둥은"사람"과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동인정보에 대한 파악을 통해 우리는 현상의 미래에 대한 어느정도의 예측 뿐만 아니라, 해결책에 대한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A학생의 공부 동인이 시험 성적에 비례한 용돈("시스템")이라면, 성적 예측을 위해서는 용돈에 대한 한계효용이 크게 낮아지는 지점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 반대로 A학생의 공부 동인이 인정에 대한 욕구("사람")라면, A학생의 마음과 욕구에 대한 관찰이 성적 예측에 더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


통시적 정보와 공시적 정보는 현상의 절대적/상대적 좌표를 그리기 위해서, 동인 정보는 좌표에 찍힌 궤적의 움직임을 보다 근원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둠 속에 하나의 점으로만 존재했던 현상에 대해 축을 그리고, 좌표를 부여하며, 궤적 뒤에 숨겨진 동인과 맥락을 찾아내 점을 선으로, 선을 면으로 확장해나가며 정보에 질감을 부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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