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책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 미야자와 겐지가 쓴 이야기 <목련>이 소개되는 구절이 있다. 가파른 절벽과 새까맣고 탐욕스러운 바위, 차가운 안개를 뱉어내는 험준한 산골짜기를 기어올라갔더니, "자신은 분명 험난하고 지독한 곳을 건너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거기엔 새하얀 목련이 가득했다." p.50 는 이야기다.
어떤 시절은 끝이 보이지 않는 새까맣고 가파른 절벽을 불안하고 위태하게 건너는 것만 같다. 어떤 하루는 차가운 안개 속에서 끝없이 달리다가 지쳐 쓰러져 끝나는 것만 같다.
뒤돌아보면 힘들었던 시절과 하루에도 하얀 목련으로 가득찬 풍경이 있었다. 다만 내 안의 어둑진 풍경에 갇혀 보지 못했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안의 풍경이다. 내가 경험하고 보는 세계는 내 안의 풍경과 어울리는 세계다. 어떤 현실에서도 다만 안온한 풍경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