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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석윤 Nov 22. 2023

Suffering is Optional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서문에는 마라톤 러너들이 마라톤을 할 때 스스로를 격려하기 위해 달리는 동안 외우는 만트라mantra (신성하고 마력적인 어구) 중 하나로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이라는 말이 소개된다.



중요하고 본질적 일들, 어려운 일들은 그 과정에 힘듦(Pain)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힘듦으로부터 내가 고통(suffering) 받는 순간이 언제인가 생각해 보면, 나는 주로 이것이 나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거나, 이것이 나의 선택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였다.  아무리 힘든 일이어도, 그 일이 내가 해내고자 선택한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직시하게 되면 버티는 힘이 생겼다. 나의 선택을 옳은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만약 과거의 내 선택이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면 그 선택이 무의미한 선택이 되지 않도록 더 애쓰곤 했다.



반면 어떤 힘듦이 내 자유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났을 때는 쉽게 고통받곤 했었다. 어떤 불행한 일이 나와 가족에게 닥쳤을 때, 또는 내 잘못이 아니지만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 터졌을 때는 나의 선택과 무관하게 벌어진 일들 앞에서 “왜 내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 무기력한 마음이 들곤 했다.



몸이  년간 희망 없이 오래 아팠을 때, 죽음이 편하겠다 생각했을 때, 일종의 영적 체험을 한 일이 있었다. 나는 종교도 없고, 이러한 경험이 처음이었기에 이때 나는 비슷한 체험을 한 사람들이나, 이러한 죽음과 영혼의 여정에 관련된 것들을 찾아보곤 했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읽은 내용 중에 이러한 내용이 있었다. 지금 내가 겪는 삶(의 어려움)은 실은 나의 영혼이 선택한 것이라고. 이 구절을 어딘가에서 읽었을 때, 나는 “지금 나의 고통이 실은 내가 나의 영적 성장을 위해 선택한 것이라니, 내 영혼은 왜 그런 어려운 선택을 했나” 한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선택한 길이라면, 내가 걸어나가봐야지”하는 가볍게 툭툭 털고 일어나는 용기 같은 것이 생겼다. 내가 이 이야기를 진실로 믿든 믿지 않든, 나는 “이 길이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것을 마주하고 직시한다는 것”의 힘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살면서 내가 선택한 일들에서 힘듦이 느껴질 때, 그리고 이 힘듦(pain)이 내게 어느 순간 고통(suffering)으로 다가오려 할 때가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이라는 말이 위력을 낼 수 있는 순간인 것 같다. 지금 이 힘듦은 내 주체적 선택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숨통을 틔워주기도 하고, 내 선택을 좋은 선택으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의욕이 생긴다. 만약 어떤 어려움이 나의 자유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온 것이라 할지라도, 내가 이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나아가기로 선택한다면 우리는 그 과정에서 힘듦(pain)을 느낄지언정 고통(suffering) 받지는 을 수 있다. 힘들겠지만, 힘들더라도 고통받으면서 살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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