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면 선을 제대로 그리는 것도 벅차기 때문에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에서 해방돼 그리기 자체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왼손으로 그리기는 정말 해방감을 주었다. 잘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머리의 생각을 차단하고 그리는 몸에 나를 온전히 맡기게 했다.
그렇게 그리기의 순수한 즐거움에 빠지게 됐다. 그리기를 하는 순간에는 대상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마주하게 된다. 마주하고 알게 되니 대상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살면서 그동안 그리기에 왜 한 번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면 재능이 없어서도 있겠지만, 그리기를 처음 배울 때부터 그리기를 즐기는 법이 아니라 잘하는 법을 배워서다. 경험적 기초가 기술적 기초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기를 통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