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달간 꾸준히 저를 괴롭혀오던 생각들이 있었으니, 바로 SNS에서 보여지는 타인의 인생과 내 인생에 대한 비교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입니다.
나는 피곤한 회사생활에 찌들어 가끔의 보상으로 3-4천원 남짓하는 커피 한잔 사먹는 것도 망설이는데 누군가는 일상적으로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호텔 라운지에서 브런치와 애프터눈티를 즐기고 오랜만에 나간 쇼핑몰 나들이에서 4~5만원짜리 예쁜 가을 니트 한벌 앞을 서성거리며 고민하다 "그래, 입을옷이 없는 것도 아닌데 뭘 사."하고 걸어나오는 동안 누군가는 백화점 매장에서 가격 택도 확인하지 않고 디자인이 맘에들면 명품을 척척 사는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힘겹게 몸을 이끌고 터널터널 BMW출근과 함께 집에 가서 쉬고싶어지는
나와는 달리 누군가는 분기마다 여유롭고 호화롭게 해외여행을 다닙니다. 외식비를 줄여보려고 최대한 집밥을 먹고자 머리를 싸매고 냉장고를 파먹는동안 누군가는 집에 음식냄새가 퍼지는 것이 싫다고 매일같이 맛집 투어를 합니다. 우리 가족은 가끔 불같이 화르륵 싸우고 다투는데 누군가의 가족은 언제나 함께 여행을 다니고 웃고 떠들며 화목하고 행복해보이기만 합니다.'
'아, 내 인생은 패배자의 인생이구나.' 하는 좌절감이 집채만한 파도처럼 몰려와 나를 잡아먹습니다. 파도에 쓸려서 어디로 도망가야할지 모르는 절망과 슬픔의 망망대해에서 기운이 점차 빠져가는데, 이제 그만 어딘가 있을 피난처로 가야하는걸 알면서도 나는 그 몇초 몇분을 못참고 또 다시 SNS아이콘을 누르고 맙니다.
무의미한 손가락 터치와 공허한 시선의 움직임의 연속에 나는 점점 우울의 소용돌이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갑니다. 숨이 막히는 나를 인지하면서도 무언가에 홀린 듯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그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내가 가진 것들은 점차 한없이 초라해집니다. 사랑하는 가족들, 서로 웃으며 보낸 시간들, 우리가 함께했던 여행의 추억들, 다정하고 자상한 남편, 몸을 뉘일 수 있는 안락한 집,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우리의 아이, 안정적인 직장, 가끔이라도 연락할 수 있는 소중한 친구들,
매일 저녁 산책할 수 있는 건강한 몸.
가진 것이 아주 많음에도 불구하고 초라해지다가 그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것처럼 새까맣게 잊혀져 버립니다.
거기에 더해 쉬는시간에 끊임없이 치고 들어오는 온갖 정보들로 머리는 이내 복잡해지고 두통이 일어납니다. 분명 나는 쉬겠다고 들었던 핸드폰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하나도 쉬지못한 기분이 듭니다. 이에 더해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불쾌한 감정과 우울한 생각은 미간사이에 주름으로 진하게 남아버립니다.
'아 이제는 그만 해야지.' 하고 SNS어플을 삭제하기를 수어번 했으나 심심한 시간이 찾아오면 또 다시 설치하기를 몇번. "제 의지력이 겨우 요오오오만큼 작았었던가요?" 같은 충격적인 생각과 함께 자존감은 또 무너져 내립니다. (참고로 제 의지력은 줄곧 뭘 해도 하겠다는 말을 평생 듣고 살아올 만큼 꽤 높은 편이었습니다.)
'아, 이거 혼자는 안되겠다. 뭔가 더 큰 결단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어 브런치에 SNS를 끊겠다는 선언을 하고자 합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예 끊는게 아니라 줄이는 것 먼저 하는게 어때?' 하는 생각이 일렁입니다. 부디 제가 SNS를 끊은 후기 글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