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월 Mar 13. 2022

미지의 세계에서는 돌에서 싹이 튼다

메타버스 세계관 설계자 김동은님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처음 ‘오픈월드 게임’(동선에 제약이 있는 일반 게임과 달리, 유저가 게임 내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탐험하는 자유도가 높은 게임)을 했을 때 적잖이 당황했다. 어디 가서 뭘 해야 하지? 효율적인 문제 풀이에 최적화된 K-게이머에게는 광야의 자유가 버거웠다. 오픈월드에 믿음이 생기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거기 가봤자 아무것도 없을 거야’라는 불안감이 아니라 ‘뭐라도 있을 거야’라는 기대감. 내가 발 닿는 곳마다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이 쌓이자 기껍게 모험을 즐겼다.    


김동은님은 일찍이  미지의 세계에 매료됐고 확신의 모험을 하는 중이다. 판타지소설을 써서 PC통신 천리안 문단에 데뷔하고, 하이텔 RPG 동호회와 천리안 ‘검과 마법동호회의 초대 운영자를 맡으며 닉네임 하얀용(Whtdrgon)으로 이름을 날리다 게임기획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게임 ‘BTS WORLD’ 제작 총괄을 맡으며 아이돌 세계관을 설계하고 이제는 게임에 국한하지 않고 메타버스  세계관을 만드는 회사 ‘메타버스제작사 차렸다. 모두에게 미지의 세계인 그곳, 메타버스. 메타버스 세계관은 뭐가 다를까? 유튜브 추천을 부탁했더니 NFT(디지털 아이템의 소유권을 기록하는 암호화 자산) 영상을 공유해줬다.    


https://youtu.be/g2jC_5opGnY


‘클레이락’이라는 NFT 아트에 대한 영상이다. ‘돌’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힙하고 섹시하게 풀어낸 111개의 디지털 아트 컬렉션으로 최저가가 2천만원이다. 동은님도 이 중 하나를 샀다. 제값을 했는지 조심스레 묻자 판타지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돌에서 튼 싹’에 대한 보은이라고 할 수 있죠.” NFT 작업은 그 이전부터 해왔지만, 클레이락은 보다 본격적으로 동은님표 메타버스 세계관을 펼치는 토대를 만들어줬다고 한다.    


영상에서도 말하듯, 클레이락에는 금전적인 투자 가치 외에도 예술 취향을 서로 공유하고 지지하는 커뮤니티의 회원권으로서 가치도 있다. 동은님이 ‘FEWK’(Far East White Kingdom·동방의 하얀 나라)라는 NFT 프로젝트를 론칭했을 때 클레이락 멤버 몇 분이 관심을 보이며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인지 파급력이 상당했다. 유명 아티스트가 아님에도 장당 5만원 상당(암호화폐)의 세계관 라이브러리 카드 300장이 완판된 데는 커뮤니티의 힘이 있었다. 동은님도 클레이락 구매로 화답했다.    


FEWK 세계관은 NFT를 매개로 실시간으로 불어나는 중이다. 아티스트들이 이 세계관을 각자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컬래버레이션 NFT 아트를 발행한다. FEWK에서 파생된 세계관인 DDOGG(떡)에서는 알고리즘으로 1만 개의 ‘제너러티브 아트’(컴퓨터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무작위로 생성되는 디지털 미술의 한 형태)를 찍어낸다. 판매된 세계관 카드 중심으로 특정 키워드를 더 구체화해 추가로 NFT를 발행하며 세계관을 확장한다. 오픈월드에서 유저가 기껏 발걸음을 내디뎠는데 맵의 해상도가 낮으면 안 될지니. 완판된 덕에 할 일이 많아졌다. FEWK 세계관과 관련된 NFT 아트가 500개쯤 모이면 게임 룰북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처음에는 왜 메타버스 세계관 설계자가 NFT 아트에 대해 얘기하나 싶었다. 물성에서 자유로워졌기에 상상할 수 있는 세계가 있다. 동은님 머릿속에만 있던 미완성의 세계를 꺼내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NFT라는 수단이 생긴 것이다. 돌에서도 싹이 트는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생각에 동은님 눈이 반짝 빛났다. 어린아이의 눈 같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