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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선 Dec 29. 2020

지속과 존속

노부스 콰르텟 리사이틀


12월 2일 용인포은아트홀


2020년 12월, 노부스 콰르텟의 첼리스트가 원년 멤버 문웅휘에서 이원해로 변경됐다. 앞선 11월, 국내 소속사와 문웅휘는 SNS를 통해 단원 교체 소식을 전했다. 문웅휘는 13년간 동고동락한 콰르텟을 떠나며 느낀 단편적인 소회를 적었다. 13년간 노부스 콰르텟이 쌓아온 존재감은 단순한 성과가 아니다. 워낙 실내악 역사가 짧은 한국이기에 귀감으로 삼을만한 선배 악단은 부재했다. 노부스 콰르텟을 향한 음악계의 기대 어린 눈빛을, 단원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힘겹게 쌓아온 것들을 쉽게 놓지 않으려 이들은 청춘의 시간을 모조리 콰르텟에 쏟았다. 2018년 비올리스트 이승원이 김규현으로 교체된 것에 이어 첼리스트까지 바뀐 지금, 노부스 콰르텟의 정체성에 관한 의문이 쏟아졌다. 고백하자면, 필자 역시 의심의 눈으로 이들을 바라봤다. 이번 공연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앞날을 응원해 주고 싶은 연주였다. 용인포은아트홀에서 노부스 콰르텟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공연을 올렸다. 베토벤이 남긴 16개의 현악 4중주는 초기·중기·후기로 확연히 나뉜다. 초기(1798~1800)에 쓰인 여섯 곡, 중기(1806~1810)의 다섯 곡, 후기(1822~1826)의 다섯 곡은 작곡가의 정신적 흐름이 오롯이 반영되어 있다. 이번 공연에서 노부스 콰르텟은 각 시기별 대표곡(5·11·12번)을 선별했다. 베토벤의 전기를 보여주려는 비장함이 느껴지는 선곡이었다.제1바이올린을 번갈아 연주한 김재영과 김영욱에겐 역시나 원숙미가 가득했다. 두 바이올리니스트의 활약 덕에 5번은 모차르트가 떠오를 만큼 명랑했고, 12번은 중후하고 강렬했다. 반면 비올리스트 김규현과 첼리스트 이원해는 다소 긴장돼 보였다. 기분 좋은 긴장감이었다. 


익숙함이 주는 함정이 있다. 예술에 있어서 숙련된 연주자들이 과연 완벽할까? 익숙함이 때로는 형식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지 않은가. 이번 무대에서는 팽팽한 기운이 감돌아 깨어있는 느낌을 받았다. 원년 멤버와 신입 멤버 사이에 흐르던 다층적인 감정,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모습은, 노부스 콰르텟이 앞으로 걸어갈 길에 원동력이 될 듯하다. 응집력이 더해진 이들의 사운드를 얼른 만나보고 싶다. 노부스 콰르텟은 분명 잘 해낼 것이다. 지난 시간 그래왔듯이. 


콰르텟의 운명은 늘 위태롭다. 그래서 지속과 존속이 늘 큰 문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토대를 잘 갖춘 콰르텟은 젊은 음악가들이 거쳐 가며 성장을 도모하는 음악적 인큐베이터가 되어줄 수도 있다. 훗날 ‘노부스 출신’이라는 이력이 그들의 젊은 날의 음악 세계를 대변해줄 것이다. 


글_ 장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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