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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김 May 23. 2024

고급 아파트

그도 예전엔 벌레가 들끓는 집에 살았다.


부동산 투자에 큰 관심을 갖고 각종 스터디와 강의에 참여했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만으로 서른이 채 되지 않았던 나는 4050대가 주를 이루는 부동산 투자 세계에서 존재만으로 눈에 띄곤 했었는데, 어느 날은 처음으로 나보다 더 어린 한 남자분을 만났다. 묘한 동질감이 느껴져 조용히 뒤에 서있던 그를 나름 챙겨준답시고 인사를 건넸고, 그는 낯을 가리는 듯 수줍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고 보니 그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이미 논현동과 연남동에 건물을 갖고 있었는데, 그 매입 금액만 200억 원이 넘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가 이 큰 부를 오롯이 본인의 노력으로 축적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성수동의 한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그의 집에 초대를 받게 되었는데, 등장하자마자 보이는 높은 천고와 고급 자재, 복도 끝을 따라 등장하는 거실의 파노라마 뷰.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한강과 남산타워, 푸르른 공원까지.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부끄러움도 많고 말수도 적은 성격의 그는 본인의 업과 돈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이곤 했다. 오늘은 그가 전했던 이야기 몇 가지를 기록하고자 한다.





1. 그는 본인만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한 후, 스무 살에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여 약 7~8년을 매일 20시간 이상 일에 몰두하며 지냈다. 그도 예전엔 현관문을 열면 바로 도로가 보이고 벌레가 들끓는 집에 살았다.


2. 그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리스크에 더 민감하므로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본인이 이 일에 몰두하고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진 것을 다 잃어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임했기 때문이라고. 가진 것을 놓지 못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어느 정도 풍족한 부를 얻을 수는 있어도 '넘치는 부'를 얻기는 힘들다.


3. 시장 경제는 결국 사람의 심리가 중심이다. 돈은 그 심리에 따라 흐른다. 다만, 그는 돈을 '숫자'로만 바라보았기 때문에 타인의 의견이나 뉴스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4.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투자하여 시스템을 만들었고, 효율을 극대화하였다.


5. 동종업을 행하는 사람들과 지속해서 소통하고 협업하는 것은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발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6. 그의 현재 부 중 80%가 코로나 시기에 축적되었다.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얘기했지만, 나는 그가 꽤 긴 시간 동안 시장을 경험하고 학습하면서 큰 행운을 맞이할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본다.)


7. 일을 하지 않아도 평생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정도의 현금과 부동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는 "시장과 업에 대한 감을 잃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라 말한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성과를 얻은 뒤 나에게 잠깐의 휴식기를 주는 것은 좋지만, 늘 한쪽 발을 붙이면서 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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