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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다이어리 Jun 25. 2024

전문성이란 무엇일까

내 일의 필로소피 책 읽고

"사실 전문성은 현대에 발명된 개념이다. 일각에서는 전문성이 인간의 가능성을 제한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내 일의 필로소피'라는 책에 나온 글귀다.


육아와 직장생활 지속적인 유지 위해 취업을 준비하고, 처음에는 돈을 번다는 것에 그리고 이런 저런 사람들과의 점심식사와 티타임에 잠시의 즐거움을 느끼다 몇 달 지나게 되면 금새 '칼퇴'와 'To-do list 없애기' 이 두가지에만 집착하게 될 생활을 슬프지만 미리 예상해본다. 어차피 To-do list 는 복잡한 일 간단한 일로 나누어질 뿐 어차피 이 두가지에만 의미를 둘거면서, 전문성을 동경했던 시간들이 어불성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선 전문성을 가지면 나만이 할 수 있는 어떤 특정한 '일'에 대한 자부심이 생길 거 같고, 그리고 자리를 뺏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대한 방어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길게 길게 일하고 싶은 인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욕망을 반영한 것. 꼭 이 회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데서도 나를 받아줄 수 있을 거 같은. 그리고 정년을 지나 이 회사를 나오게 되더라도 지속적으로 할 일이 있고 돈이 들어올 수 있을 거란 기대와 환상. 끝이 없는 거 같고 답이 없어 보이는 사무직의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나를 답답한 사무실에서 꺼내 구원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모든 문제에 종지부를 찍어줄 수 있는 단어가 바로 그 '전문성'이 아닌가 싶다.  


반대로 일반사무직이라 하면 전화 응대하고 컴퓨터의 화면을 보면서 지시받은 일들을 행할 뿐 누구나 할 수 있을 거 같은 일들을 상상하게 된다. 위의 '전문성'이 주는 달콤한 환상과는 거리가 멀다. 전문직이 아닌 일반 사무직에서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은 사치일 뿐일까?


사실 '전문성'은 현대에 발명된 개념으로, 인간은 누구나 다재다능한데 '전문가'라는 환상적 개념이 전파되면서 인간의 능력이 극도로 제한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화는 앞으로의 변화에 대응하는 최적의 방법이 아니라고 한다. 나를 '영어하는 사람', '회계지식이 있는 사람', '세무지식이 있는 사람'으로 미래값으로 정의하는 순간부터 이미 의미 없는 노력, 답이 없는 사고방식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일반 사무직으로서 전문성이라는 환상에 의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일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실험하고 검증하고 학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순환 과정에 그 답이 있다고 한다.


마치 우리 아이들을 양육할 때 아이들에게 적합한 가설을 실험하고 검증하고 학습하여 아이들의 학습 역량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육아'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다. 이미 취학 학생이 된 아이들 육아를 단순히 '밥 먹이는 것', '잠 재우는 것', '놀게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없는 것처럼. 아이들의 각자의 성향과 능력에 맞춰 적당히 도전적인 학습 목표를 주고, 그것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스스로 즐기면서 해 나갈 수 있는지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이런 거도 시켜보고 저런거도 시켜보면서 그 피드백을 순환시키는 것을 육아라고 표현한다면. 사무직이라고 일컫는 직장 생활도 누군가의 생각으로부터 시작되어 구현된 것이라고 한다. 이 누군가가 깔아준 판에서 내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면서 집중해야 하는 역량은 무엇일까? 단순히 소득세 세법을 머리에 하나씩 익히는 것일까?  그런건 요즘 AI 가 잘 해주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력'이란 곧 이전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문제에 끊임없이 대응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그러니 '변화'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변화를 읽어내고 그것이 나에게 미칠 영향을 고민하고 결국 변화에 대응할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 실행해야만 한다고 한다. 거창한 말처럼 보이지만 평범한 직장인이자 엄마인 나에게도 뼛속까지 적용해야 하는 말이 아닐까? 이 책에서 여러 실행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지만, 내가 지금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를 찾았다. 바로 일하는 인간으로서 자신, 그리고 한 명의 자연인으로서 자신의 상태에 관한 기록이다. '일하는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기록하고 그 변화를 읽어내라'. 기록은 자기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만든다.


직장인 대부분이 자신의 업무 특성, 자신의 강점, 보완점 등을 파악할 기본적인 정보를 확보하지 않은 채, 정체된 직장 생활을 한탄한다고 한다. 또한 회사를 벗어난 사회 속 주체로서의 인간, 만나는 사람, 쉴 때 하는 것들이 직장 생활에 긍정적인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는지를 파악하라고 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확실히 달라진 점은 있다. 적어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정도는 파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험하고 검증하고 학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순환 과정을 글로 기록하고 변화를 읽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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