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왜 엄마를 더 좋아할까. 남편한테 맡기면 불안한 이유
1. 눈이 안 떠지는 남편
친정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면서 남편과는 의도치 않게 주말부부가 되었다. 평일에는 친정엄마와 함께 아기를 보고, 남편은 주말에 내려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엄마가 도와주고는 계시지만 밤수유를 내가 맡고 있다 보니, 평균 수면시간은 겨우 서너 시간에 그쳤고, 첫 주에는 정말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죽을 맛이었다.
내가 하도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니 남편은 나를 타이르듯 말했다.
“내가 주말에 가면 애기 다 볼게요. 듬지는 푹 쉬어요”
그래, 결혼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거였지.남편은 가장으로서 전혀 권위적이지 않았고, 항상 가사를 분담하려 하며 육아와 살림을 여자의 일로 여기지 않는 남자였다. 그래서 정말로 주말에 남편이 아기를 보면 내가 쉴 수 있을 줄 알았다.
친정집에서의 첫 주말. 친정엄마는 방에서 주무시고 나와 남편, 아기는 거실에 쪼르르 누워 밤수유를 시작했다. 자정이 갓 넘은 첫 수유 때는 남편이 아기에게 분유도 타 먹이고 트림도 곧잘 시키고 아주 믿음직스러웠다.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 이렇게 쭉쭉 남편이 해주면 나는 주말에는 연달아 6시간은 잘 수 있겠군’
이윽고 새벽 3시. 배고픈 아기가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일어나서 얼른 아기에게 분유를 먹여야 할 남편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뭐야 자기가 한다더니 왜 안 일어나. 결국 울음소리에 반사적으로 일어난 내가 다급하게 아기에게 분유를 타먹였다.
“미안해요 눈이 안 떠져요...”
자는 줄 알았던 남편이 눈을 감은 채로 아기를 안은 내게 말한다. 나는 어금니를 물고 대답한다. 나는 뭐 눈이 잘 떠져서 일어나...?
2. 간택받지 못한 남편
남편은 성정이 온순하고 성실한 편이라 집안일도 잘하고 고양이들도 잘 챙기는 편이었다. 그래서 아기도 곧잘 볼 줄 알았다. 무엇보다 아기를 직접 케어하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한 아빠라 더욱 믿음이 갔는데..., 문제는 육아는 의지만으로 는 되지 않는 영역의 일이라는 것. 이상하게 아기는 남편 품에서는 울음을 잘 그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살집이 있고 포근한 나한테 안겨있을 때는 울음도 금방 그치고 잠도 잘 자는데, 남편은 살 하나 없이 딱딱한 장수돌침대 같아서일까. 아무리 갖은 방법을 동원해 안아주어도 아기가 버둥버둥 불편해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럴 때마다 보다 못한 내가 다시 아기를 빼앗아서 어르고 달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주말에도 나는 온전히 쉴 수 없었다. 남편이 나를 쉬게 해 주고픈 의지, 아기를 돌보고 싶은 의지가 있으면 뭘 하나. 아기가 간택한 건 아빠가 아니라 엄마인 것을...,
3. 하나만 배운 남편
아기가 아빠 품에선 울어대는데 엄마 품에만 오면 조용해지는 게 속상도 하고 오기도 생기고 그래서일까. 남편은 기회가 될 때마다 아기를 제 손으로 어떻게든 달래고 진정시켜 보려고 노력했다. 그 모습은 가상하고 예쁘고 고마웠다. 하지만 다시 말하건대 육아는 의지만으로는 안 되는 영역인 것. 상대적으로 아기를 보는 시간이 많은 나는 아기가 왜 우는지, 어떻게 하면 편안해지는지를 몸으로 익혔다면, 남편에게는 그런 노하우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육아 첫 주. 남편 생각에 아기가 우는 이유는 딱 두 가지였다. 배가 고프거나, 오줌을 쌌거나. 하지만 나는 안다. 아기가 우는 이유는 그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아기는 졸린데 혼자 잠이 들 수 없어서 안고 재워달라고 울기도 하고, 눈을 맞추며 놀고 싶어서 울기도 하고, 자세가 불편해서 자세를 바꾸라고 울기도 하고, 소화되는 과정에서 배가 불편해 울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남편은 애꿎은 기저귀만 살펴댔다. 졸려서 우는 아기를 보고 기저귀를 살피고, 자세가 불편하다는 아기를 보고도 또 기저귀를 살폈다. 간섭하고 싶지만 남편이 직접 터득하길 바라는 나는 마음속으로나마 외쳤다. ‘응 그거 아니야~’
2주 차 주말이 되었을 땐, 다행히 남편이 한 가지 사실을 더 습득했다. 아기가 트림을 못해서 울 수도 있다는 것을 자신의 몸으로 깨달은 것이다! 그랬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이번에는 모든 울음의 이유를 ‘트림’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새벽 4시. 잠에 들지 못한 아기가 칭얼거려 내 배에 올린 채로 토닥토닥 잠을 재웠다. 남편은 옆에서 입을 벌리고 기절해서 자고 있었다. 가까스로 아기를 재우고 두어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는 분유 먹을 시간이 되어 깨어난 아기가 ‘잉~’하고 우니, 그 소리에 갑자기 눈을 번쩍 뜬 남편 왈.
“트림... 트림 시켜야 돼요”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이런 느낌일까. 역시 아빠는 갈 길이 멀다. 응 그거 아니야~
■ BOOK
연애 결혼 힐링 에세이 『사연 없음』
현실 직장 생활 에세이 『어쩌다 백화점』
PDF 인간관계 비법서 『오늘보다 내일 나은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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