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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Nov 15. 2024

아가야 엄마는 행복하지 않아

사람 미치게 하는 밤중수유. 왜 산후우울증이 오는지 알겠어요.

아기를 낳고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을 마친 뒤, 내가 향한 곳은 친정집이었다. 친정엄마가 워낙 당신 손으로 직접 손주를 돌봐주고 싶어 하시기도 했지만, 이사가 맞물려 있어서 하게 된 선택이었다. 


이 소식을 전했을 때 모두가 나를 부러워했었다.     

 

“친정엄마가 봐주신다니 너무 편하겠다”

“듬지야 천국이겠다, 푹 쉬다 와”     


나도 어렴풋이 그런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예쁜 아기와 친정엄마가 한 공간에 있는 따뜻한 풍경. 함께 아기를 돌보고 아기의 배냇짓에 함께 호호호 웃고, 나는 엄마의 수발을 받으니까 맘 편히 누워있고 일도 열심히 할 수 있겠지. 갑갑했던 조리원 생활보다 훨씬 나을 거야, 암.   


그 생각은 정확히 이틀 만에 바뀌었다.     





친정엄마와의 쉽지 않은 산후조리


첫날은 어찌어찌 괜찮았던 것 같다. 엄마는 손주를 너무 예뻐했고, 무엇보다 나의 친엄마였으니까. 하지만 유효기간은 딱 24시간이었다. 우선 첫째로, 아무리 친정엄마라도 엄마 집에 오래 있는 것은 결코 편하지만은 않았다. 자식이 출가를 하면 남이라고 했던가. 이미 오래전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린 나에게 더 이상 친정은 내 집처럼 편한 공간은 아니었던 것이다. 모든 공간, 모든 물건들은 엄연히 친정엄마의 것이었고, 그건 남편과 살던 때처럼 편하고 익숙한 환경이 아님을 뜻했다. 


대충 인스턴트커피를 빨리빨리 타 마시고 싶지만 엄마의 방식대로 드립커피를 내려 마셔야 한다거나, 나는 화장실 밖에서 머리를 말리는데 습기가 가득한 화장실에서 머리를 말려야 한다거나. 나무랄 데 없이 쾌적하고 뽀송하지만 어쩐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여행지의 호텔처럼 불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둘째로, 친정엄마의 육아관과 부딪히는 일도 잦았다. 이건 정말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친정엄마는 아기를 낳은 당사자인 나보다 아기를 더 끔찍이 여겼는데, 처음엔 그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아기를 소유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엄연히 아기는 내가 낳은 나의 것인데, 친정엄마가 하고 싶은 방식을 따라야 할 때 어딘지 모르게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내 생각에 아기가 더워도 친정엄마가 춥다면 이불을 덮어주어야 했고,조리원에서 배워온 내 나름의 상식을 이야기해도 엄마의 의  견과 일치하지 않으면 묵살을 당할 때도 많았다. 물론 친정엄마의 의도는 그런 게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건 참 이상해서 자꾸만 무언갈 뺏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새벽수유로 인한 살인적인 수면부족이 더해지자 나는 나날이 예민해져 갔다. 신생아는 배가 고파 밤중에 2시간 간격으로 울어댔고,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자세를 바꿔주다 보면 1시간도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하고 아침을 맞이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산후도우미를 썼더라면 낮동안에는 도우미에게 맡겨놓고 내 일을 하거나 잠만 잤겠지만 친정엄마기에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 그러지도 못했다. 


엄마가 일을 간다면 그 시간에는 또 내가 아이를 봐야 했고, 엄마가 잠깐 볼일을 보러 나갈 때에도 나는 원래 하려던 내 일을 뒤로 미룬 채 아이를 봐야 했다. 그 때문에 나는 잠을 많이 자지도, 일을 똑바로 하지도, 그렇다고 애를 똑바로 보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갔다. 


그렇게 불만이 가득 쌓인 채로 새벽수유를 하던 어느 날. 꼴딱 밤을 지새우고 창밖으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문득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지옥은 아닐까. 내일도 또 반복해야겠지? 어쩌면 산후도우미가 더 편했을지 몰라. 그랬다면 맡겨놓고 나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겠지. 배려하거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었겠지. 하지만 친정엄마는 아무 죄도 없는데..., 정말 미치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꿀렁 솟아올랐다. 몇 년만이었던 것 같다. 너무 힘이 들어 소리 내어 울고 싶었던 것이. 하지만 저 방 너머엔 나보다 더 고생하는 친정엄마가 자고 있었고, 나는 그저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는 것밖엔 할 수 없었다. 힘이 들어 남편에게 카톡을 보낼 때마다 남편은 앵무새처럼 대답한다. “조금만 버텨보자요” 나도 알아. 버티는 것 말곤 답이 없다는 거. 



남편에게 기대고 싶다가도, 

더 징징대면 내게 질려버릴까 이내 핸드폰을 닫아버린다. 

그리곤 끅끅 눈물을 삼킨다.           









■ BOOK

연애 결혼 힐링 에세이 『사연 없음

현실 직장 생활 에세이 『어쩌다 백화점

PDF 인간관계 비법서 『오늘보다 내일 나은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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