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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twhite Oct 13. 2023

시련이 오면 견딜 힘도 같이 옵니다

올해 3월 베트남 나트랑으로 3박 4일 휴가를 다녀왔다. 몇 년 만에 전 직장에서 함께 일한 베트남 친구를 만나러 그 친구의 고향으로 휴가를 다녀온 것이다. 친구도 지금은 싱가폴에서 살지만 나를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휴가를 왔고, 그 친구의 가족들과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컨디션은 최상이었고, 얼굴에서 윤광이 돌았다.

베트남에서만 마시는 연유커피 카페 쓰어다와 자스민차

휴가 후 기쁜 마음으로 회사에 복귀했다. 복귀하자마자 오전 회의에 참석하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회의 중이라 전화를 받지 않고, 현재 회의 중이라 받을 수 없다는 문자를 보냈다. 바로 답문이 왔는데, 마포경찰서 형사로부터 받은 문자였다. 내가 우리 회사 노조위원장에게 폭행으로 고소를 당했으니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문자였다. 휴가를 다녀오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어리둥절했지만 우선 회의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했다. 집중해서 회의를 마친 후에 자초지종을 알기 위해 형사에게 연락을 했다. 작년 8월에 노조위원장과 업무 협의 건으로 다툰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고소를 했다는 것이다. 서로 다투고 6개월쯤 된 시점에 나를 형사고소한 것이다. 조사 대응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폭행 고소는 사건 발생 후 6개월 내에 신고가 가능하다. 회사 노조위원장은 찰떡같이 그 기한 내에 나를 고소했다.  


노조위원장은 업무 협의 내용을 허위로 편집한 이메일을 전 노조원에게 보내며 나를 공개적으로 망신 주었고, 나는 이에 화가 나서 다투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 나에게 욕설을 들으며 A4용지로 맞고 가슴팍을 세게 밀침을 당했다고 고소하였고, 증거로 노동조합 사무국장의 진술을 제시했다. 물론 노조위원장이 주장하는 폭행과 모욕은 사실이 아니다. 지금도 나는 사무국장이 왜 그런 증언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당시에는 고소당했다는 사실에 화가 많이 났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변호사, 노무사 등 상담을 받아 차근히 준비했던 것 같다. 그때의 감정보다는 일 처리 순서가 먼저 떠오르는 것을 보면 나름 잘 대응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노조위원장은 이 다툼으로 나를 고소하기 전에 차례로 노조 내에서 징계를 주고, 회사 내 감사실에 신고하여 나의 파면(퇴사)을 요구했다. 나는 이미 이런 대응을 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고소당한 후 약 9개월이 지난 어제 수사 결과를 우편으로 받았다. 증거불충분으로 인해 무혐의 처리되었다. 변호사 상담을 받을 때부터 직접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렇게 되리라고 믿고 있었다. 노조위원장은 단지 나를 괴롭히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신경 쓰느라 괴로운 순간도 있었고 난생처음 경찰서에 가서 조사도 받아야 했지만, 다툰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법률적인 지식도 늘었고, 변호사 의견서 쓰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내적으로 한층 더 성장한 것은 이번 일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다.


이 일을 겪기 전에는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보통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하는 생각을 주로 했다. 지금도 이 생각을 하지만 귀결은 다르다. '이 일을 통해 내가 배워가는 것이 있을 것이고, 더 크게 되기 위한 기회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라 할지라도, 그 일을 견뎌낼 힘도 함께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겪는 시련이나 도전을 성공으로 이끄는 가능성은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내면 안에 그동안 스스로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더 큰 힘을 발견하기 위해 시련을 겪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트랑에서의 일출

하나의 일이 소망한 대로 잘 처리되긴 했지만, 아직 여러 건의 골치 아픈 일들이 눈앞에 놓여있다. 그 일들에 대한 걱정보다는 내가 소망한 대로, 상상의 씨앗을 심은 대로 이 일들이 잘 처리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 힘 또한 이미 내 안에 있음을 알고 있다.


지금 사랑, 가족, 경제적인 어려움 등 모든 힘든 일을 겪는 누군가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그 누구보다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다고, 그 일을 해결할 힘이 당신 안에 있다고, 눈을 뜨고 발견하기만 하면 된다고.


모두에게 좋은 일들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회사생활 #형사고소 #30대후반 #위로 #마음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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