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스타벅스를 좋아한다. 스타벅스에 가서 4,000원이 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일은 생전 상상하지 못했지만, 어느새 스타벅스 골드회원이 되어 별 적립 이벤트에 꾸준히 참석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식사는 김밥으로 때워도 커피는 스타벅스에 가야만 하는 몸이 되었다.
사실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커피의 맛 때문이 아니다. 스타벅스가 주는 편리함 때문이다. 필자는 평소 글을 쓰거나 공부를 하기 위해 카페를 간다. 눈치 보이지 않고 오래 머물기 좋은 카페를 가야 하는데, 여러 카페를 돌아다니며 몸으로 느낀 결과 스타벅스가 가장 편한 카페였다.
스타벅스가 편한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스타벅스는 시설이 좋다. 화장실은 대부분 깔끔하고, 콘센트가 있는 테이블의 비중도 높다. 의외로 시설관리가 미흡한 카페가 많은 반면에, 스타벅스의 매장들은 대체로 관리가 잘 되는 편이다.
또한, 스타벅스는 접근성이 좋다. 타 지역을 방문해 카페에 갈 일이 생겨도 스타벅스는 지하철역과 항상 가까운 곳에 있다. 게다가 스타벅스 어플을 통해 다른 지역에 방문하더라도 회원 적립과 이벤트는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중요한 이유는 음악이다. 매장음악은 카페 선택의 매우 중요한 요소다. 매장 음악은 집중력을 결정한다. 매장 음악이 시끄럽다면 쉽게 집중할 수 없고, 오래 앉아있을 수도 없다. 그래서 카페에서 나오는 음악은 시끄럽거나 산만하지 않아야 한다.
특정 프랜차이즈 카페는 음악을 따로 고르지 않고 인기가요 차트를 재생한다. 차트에 따라 음악을 재생하다 보면 발라드나 EDM이 나올 때도 있다. 분명 좋은 음악이지만, 카페에서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어울리는 음악은 아니다. 빠르고 화려한 비트, 격렬한 보컬을 듣고 편하게 집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스타벅스에서 나오는 음악들은 특별히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소리의 볼륨 자체도 적당하지만, 나오는 음악들의 분위기 자체가 차분하고 부드럽다. 락, 힙합, 일렉트로닉과 같이 애초에 시끄러운 음악은 나오지 않는다.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스탄 게츠(Stan Getz), 베니 굿맨(Benny Goodman)의 음악처럼 다양한 클래식 재즈가 나오기도 하며, 라우브(Lauv),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의 음악처럼 차분한 팝이 나오기도 한다.
게다가 스타벅스는 음악 맛집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겠지만, 스타벅스의 매장에는 전반적으로 좋은 음악들이 나온다. 스타벅스에 있다 보면 중간중간 귀에 꽂히는 노래들이 있다. 취향이 아닌 음악보다는 좋아하는 음악으로 기분 전환할 카페가 좀 더 끌리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스타벅스를 계속 가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2. 험난한 음악 찾기
음악 맛집 스타벅스에 있다 보면 음악이 너무 좋아 어떤 곡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호기심과 소유욕이 발동한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음악들은 대중적이지 않다. 익숙한 곡이라면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곡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스타벅스에서 들리는 음악들은 직접 찾아봐야 한다.
매장 음악을 찾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카운터로 가서 '지금 나오는 음악이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된다. 음악을 카운터에 물어보면 대부분 매장 컴퓨터에서 재생되고 있는 음악을 알려준다. 필자도 스타벅스 파트너에게 음악을 물어보자 손글씨로 가수와 제목이 쓰인 포스트잇을 건네받았다.
하지만 직접 물어보기에는 애로사항이 많다. 카운터 직원이 바쁘다면 물어볼 틈이 생기지 않고, 나오던 음악이 지나가 버리면 이전 음악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내성적인 사람들은 카운터 직원에게 음악을 물어보려 말을 걸기 꺼릴 수도 있다.
직접 물어보기 힘들 때는 보통 스마트폰을 사용해 검색한다. 'Shazam'이나 'Deezer', 또는 스트리밍 어플의 검색 기능을 사용한다. 음악 검색 버튼을 누른 후, 노래가 나오는 스피커를 향해 스마트폰 마이크를 두고 몇 초간 기다리다 보면 어플이 노래를 식별해 곡의 정보를 알려준다. 가수의 이름을 몰라도 노래만 들려주면 검색이 되는 아주 편리한 기능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노래가 단 한 번에 나오면 다행이다. 이 기능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매장에 사람이 많아 소음이 발생하면 마이크를 통한 검색은 거의 불가능하다. 심지어 일반적인 대화 수준의 소음이 유입되어도 음악 검색이 어려울 때가 많다.
일반적으로 스타벅스에서 소리로 음악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소음을 감수하고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아 다시 시도해도, 어플이 음악을 인식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음악 맛집 스타벅스에서 좋은 노래를 듣는다고 해도, 그 음악이 어떤 곡인지 알 수는 없다. 결국 음악을 찾지 못하고 음악은 그대로 지나가버린다.
스타벅스의 음악을 찾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 매장 음악' 키워드를 구글이나 유튜브에 검색하는 방법이 있다. 유튜브에는 스타벅스 매장음악을 모아 영상으로 만들어둔 채널이 있다. 월마다 변하는 스타벅스의 플레이리스트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채널로,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 매장음악을 찾거나 다른 곳에서도 감상하기 위해 방문한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완벽하지 않다. 원하는 노래를 찾기 위해서는 노래의 선율을 기억하면서 플레이리스트의 모든 목록을 들어봐야 한다. 보통 2~4시간 분량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원하는 노래 단 한 곡을 찾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유튜브의 플레이리스트가 최신 목록이 아니라면 원하는 노래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문제는 마찬가지다. 스타벅스의 플레이리스트가 제공된다고 해도 '카페에서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 검색'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최근 스타벅스가 플레이리스트를 직접 공개했다. 네이버의 스트리밍 라디오인 '네이버 NOW.'를 통해 매장 음악이 스트리밍으로 제공되었다. 스타벅스의 봄 시즌 프로모션과 '네이버 NOW.'의 홍보 차원에서 이루어진 이벤트로, 스타벅스의 플레이리스트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실제로 '네이버 NOW.'의 스트리밍을 통해 스타벅스의 선곡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재즈 기타리스트 그랜트 그린(Grant Green), 트럼페터 리 모건(Lee Morgan) 등과 같은 아티스트들의 노래들이 채워져 있었다. 평소 쉽게 접하지 않았던 아티스트였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이었다. 덤으로, 방 안에서 틀기만 해도 스타벅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스타벅스 플레이리스트가 스트리밍 어플 환경으로 이식되었다는 점은 꽤 의미 있었다. 하지만 결국 스트리밍 라디오 또한 음악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과연 카페에서 나오는 음악을 바로 찾아보는 것은 불가능한 걸까?
3. 스타벅스와 스포티파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스타벅스 어플을 통해 매장에서 나오는 음악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스타벅스 어플과 음악 스트리밍 어플인 스포티파이(Spotify)가 연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스타벅스 어플의 음악 찾기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 어플 화면 하단의 황금색 'Now Playing' 버튼을 누르면 사용자의 매장에서 나오는 노래의 앨범커버, 곡 제목, 아티스트 정보까지 볼 수 있다. 게다가 곡이 마음에 든다면, 하트 버튼을 눌러 스포티파이의 '좋아요'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할 수도 있다.
사이렌 오더에서 사용되는 위치 기반 서비스는 매장 음악을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게 했다. 이용자가 머물러있는 매장을 파악하고, 매장에서 재생 중인 플레이리스트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방법은 스포티파이와의 제휴를 통해 나온 서비스다. 스포티파이와의 기술적 협업을 통해 매장 음악의 문제였던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 찾기'를 멋지게 해결한 것이다.
4. 스타벅스의 남다른 음악사랑
스타벅스가 이렇게까지 음악에 심혈을 기울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스타벅스는 과거부터 매장 음악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브랜드 경험을 결정하는 요소들이 커피의 맛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편의시설과 가구, 서비스, 음악까지도 섬세하게 관리했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 고객들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매장에 같은 음악을 재생했다. 본사의 전문 큐레이터가 선정한 음악이 담긴 CD는 전 세계 매장에 배포되었고, 고객들은 음악을 통해서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음악은 스타벅스의 DNA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스타벅스는 음악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스타벅스는 1999년 캘리포니아의 음반매장 '히어 뮤직(Hear Music)'을 직접 인수하고 레코드 레이블을 설립했다. 매장에서 나오는 음악들은 CD로 제작되어 모든 곳에서 CD를 판매했다. 또한, 음악 커피숍의 개념으로 'Hear Music Coffeehouse'를 론칭하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히어 뮤직을 통해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등과 같은 뮤지션과 협업해 음반을 제작하기도 했다. 제작한 음반 중, 레이 찰스(Ray Charles)의 'Genius Loves Company'는 그래미에서 수상하며 286만 건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스타벅스는 매장 음악을 고르는 것뿐만이 아닌 음악을 생산하는 역할까지 수행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세계의 음반시장은 CD에서 스트리밍으로 변화를 맞았다. 스타벅스 또한 음반시장의 변화에 발맞추어 고객들에게 음악을 제공하는 방식을 바꾸었다. 2015년 스타벅스는 CD 판매를 중단하고, 1년 후 음악 스트리밍 어플리케이션인 스포티파이(Spotify)와 제휴를 맺었다. 그동안 CD를 통해 제공했던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제공하기 위해 맺은 제휴였다.
스타벅스는 스포티파이에게 매장용 음원을 제공받았고, 스포티파이에는 스타벅스의 플레이리스트가 업로드되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스타벅스 어플은 'Now Playing'을 통해 스포티파이의 플레이리스트와 연동되어 실시간으로 매장 음악을 제공했다. 검색한 음악은 스포티파이의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고, 스타벅스의 취향은 개인의 취향으로 들어갔다.
이처럼 스타벅스는 다른 커피 브랜드와 다르게 음악에 남다른 사랑을 보여왔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Now Playing'을 제공한 것은 고객의 편리함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었다. 스타벅스는 스포티파이와의 제휴를 통해 매장의 경험을 모바일 환경까지 확장시켰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스타벅스에 없어도 스타벅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고, 스타벅스는 매장에서 커피를 팔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노출시킬 수 있게 되었다. 스타벅스의 브랜드는 음악을 통해 비로소 고객의 일상으로 들어간 것이다.
스타벅스의 매장음악은 치밀한 브랜딩이다. 게다가 스포티파이와의 제휴는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스타벅스의 기민 함이다. 만약 스타벅스가 모바일 환경에 적응하지 않고 계속 CD로만 음악을 제공했다면, '지금 나오는 음악 찾기'의 불편함은 지속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섬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는 스타벅스의 브랜딩 전략은 '역시 스타벅스'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한국 스타벅스에서 나오는 음악을 찾는 것은 여전히 험난하다.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서비스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음악 찾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공식 진출한다는 소식이었다. 현재 지사 설립을 진행 중이며, 2020년 중으로 론칭 예정이라고 한다.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이라면, 일상 속에서도 스타벅스의 음악을 즐기고 싶어 할 것이다.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진출하고 스타벅스 코리아와의 협의가 이루어진다면, 한국 스타벅스 어플에서도 'Now Playing'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스타벅스의 매장음악 중 개인적으로 좋았던 노래들만 골라 담아 어디서든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매장에서 나오는 노래를 바로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는 일은 사소하지만 아주 멋진 일이다. 어서 빨리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들어와 스타벅스와 함께 서비스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