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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Feb 22. 2024

"그건 선생님 생각이고요"

입틀막 세상의 위험성

1


나는 야당의 모 국회의원에 대한 입틀막 소식을 처음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주권자인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입을, 대통령에 대한 경호 차원에서 틀어 막는 행위가 갖는 상징성만으로 파급력이 만만찮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더는 무리하게 입틀막 하는 일이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기대였나 보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처럼 강렬하고 짜릿해서였을까. 이 나라 최고 권력은 입틀막의 시초를 쌓자마자 이른바 '또틀막'과 '삼틀막'을 연이어 선보이며 '엔틀막'의 세상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만들어가고 있다.


2


학교에서 교무회의와 같은 공적인 회의장에서 공론을 주고받을 때 내가 가장 비릿하게 느끼는 말이 "그건 선생님 생각이고요" 같은 유의 발언이다.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누구나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거나 침묵을 지키면서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을 권리를 행사하는 곳이 공론장이다. "그건 선생님 생각이고요"는 대화와 논쟁의 가능성을 점잖게 인정하는 듯하면서 생각과 그 생각을 발화하는 주체를 억압한다. 위선적이고 천박한 말이다.


나는 다음과 같은 파커 J. 파머의 견해에 백 퍼센트 동의한다.


"나는 갈등이 없는 공공 영역을 상상하지도 염원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죽음이 없는 삶을 염원하는 것과 비슷한 환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주의 사회에서만 갈등은 추방된다. 물론 갈등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하로 쫓겨날 뿐이고, 폭력이 강요하는 단일함의 환상이 그 자리를 채운다. 건강한 민주주의 속에서 공적 갈등은 불가피할 뿐 아니라 장려되어야 한다. 동의하지 않을 권리를 누리는 것은 창의성을 북돋아준다. 그리고 참과 거짓, 옮고 그름, 정의와 불의 등을 둘러싼 여러 비판적 질문에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해준다." 

- 파커 J. 파머(2012, 2022),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글항아리, 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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