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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찍으면 돼?

딸이 물었다.

by 김현부

“누구 찍으면 돼?” 딸이 물었다.

“잘 생각해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 찍으면 되지.” 나는 말했다.


딸의 첫 투표다. 그것도 대통령 선거.


누가 대통령이 되든 큰 영향을 느끼지 못하는 나이다. 그런편이 좋다.

그래도 어른이 되면 대통령을 뽑게 되는데 대통령에 따라 사회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사회의 파도는 어른들이 방파제처럼 막아주어 아이들이 직접 이 파도를 맞는 경우는 없는 것이 좋다.


그래서 투표를 한다는 것은 딸이 곧 다른 아이들의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투표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빠는 어떻게 찍는지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내가 누구를 찍을 것인지 알려주는 것 보다, 왜 그 사람을 찍는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래서 그 이유를 적어본다.


나는 내가 찍을 사람을 이미 오래전에 골라 두었어.

내가 생각하기에 나름 괜찮은 사람으로


내가 찍을 사람을 선택한 이유는 교복때문이야.


딸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교복비가 나왔던 거 기억나?

교복비가 나와 교복사는데 우리 돈 쓸일이 없었지.

상당히 비쌌는데 공짜로 구입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더라.

‘군대도 군복을 주는데… 의무교육이니 당연히 나라에서 옷을 줘야지. 학교를 의무로 다니라고 해 놓고 옷도 안주는게 말이 되나? 음, 그럼… 신발도 주시면 안될까요~~ 흐흐’


어쨌든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가 무상교복인 것은 무상교복에 담겨있는 마음때문이야.

모두가 새 교복을 공짜로 구입하게 되면, 교복 자랑 할 일이 없어지거든.


나도 딸, 고등학교에 보내면서 알게 된 건데 교복이 상당히 비싸더라고.

만약, 상당히 비싼 교복을 각자가 알아서 사야한다면, 교복 구입보다 급한데 돈을 써야하는 사람들은 물려받은 교복을 입거나 입던 교복을 중고로 사야 할 수도 있겠지?


교복구입이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들은 ’새 교복이든 낡은 교복이든 그게 뭐가 대수냐‘며 별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낡은 교복을 입을 사람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데도 괜시리 신경이 쓰일 거야. 사람 마음이 그렇거든.


그래서 난 무상교복이 더 좋게 보이더라.


내 선택의 이유를 하나 더 하자면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며,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같기 때문이야.


그 사람은 초졸 소년공으로 세상에 뛰어 들어 장애를 얻었지만, 검정고시로 중졸, 고졸의 자격을 얻었어. 당시 자기가 받던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장학금으로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했다고 하더라. (니가 반드시! 꼭! 장학금을 받아야 한다는 말은...) 그리고 나중에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사나 검사로 살 수 있었지만, 그는 노동상담 변호사가 되었어. (노무현 전대통령이 ’변호사, 밥 굶지않는다‘는 말에 용기를 내었다고.)


참 열심히 사는 사람인 것 같다. 그지?

어려운 환경이었을텐데, 그래도 괜찮은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한 것 같아.

열심히 자신의 환경을 개척하며 사는 그런 사람 같아 보여.

그리고 그 사람이 하는 일들을 보면,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느껴져.


그 마음에 나는 공감해.


나는 내 딸이 어떤 힘든 상황이라도 극복할 수 있는, 그래서 자신이 추구하고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그런 나라에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내 딸이 타인의 아픔에 함께 아파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란단다.


이것이 내가 그를 지지하는 이유이니 딸은 충분히 생각해 보고 다른 후보들도 살펴본 후 너만의 결정을 하길 바란다.


2025년 6월 3일,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나는 너를 존중한다.


2025년 5월 9일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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