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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May 28. 2020

리디가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기업을 인수한 이유는?

OTT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 

1. 글을 시작하면서

  이제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중심은 '웹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최근 몇 년간 카카오 페이지, 네이버 시리즈 등 국내 대표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빠른 전개를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1년 전 지금, 전자책 플랫폼으로만 알고 있던 리디 주식회사가 애니메이션 기업 라프텔을 인수 합병한 소식은 흥미롭다. 라프텔의 인수 소식 이전에도 리디 주식회사는 2018년 무제한 월정액 서비스 리디 셀렉트를 런칭한 이후, 책끝을 접다, 아웃스탠딩과 같은 콘텐츠 스튜디오를 인수하였고, 이러한 과정은 앞으로 리디가 전자책 시장을 넘어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리디가 인수한 라프텔은 어떤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일까? 이번 글에서는 OTT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 라프텔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본다.

  



2. 라프텔은 어떤 서비스일까?

  라프텔은 2014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본래 애니메이션에 대한 별점을 매기는 사이트로 시작하였다. 지금의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는 2017년 5월부터 시작되었으며, 개인화된 애니메이션 추천 콘텐츠 제공을 통한 애니메이션 시장 공략으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주목할 만한 기업이다. 애니맥스, 애니플러스 등으로 양분화된 국내 합법 스트리밍 시장에서는 라프텔은 거의 유일하게 다양한 판권사의 VOD 스트리밍을 모아서 제공하고 있어, 애니메이션이라는 작은 시장을 공략해 빠르게 인지도를 쌓아간 사례이다.


라프텔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국내 주요 OTT 서비스가 있지만, 지금까지 애니메이션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없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기존 웹하드나, P2P 등 어둠의 경로를 통해 소비하는 시장이 워낙 발달했기 때문이다. 많은 애니메이션 업로더들이 불법 사이트에 애니메이션을 무단으로 배포, 업로드하는 과정이 만연함에 따라,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의 평균적인 저작권 인식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불법 사이트 이용 트래픽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웹툰 중심의 디지털 콘텐츠 시장과는 다르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라프텔 초기 광고

  하지만, 오히려 라프텔은 불법 애니메이션 시장을 양성화하자는 구호로 나선 기업이다. 기존 불법 사이트 이용자들이 유료로 돈을 내고 볼 만큼 매력적인 서비스를 만든다면 앞으로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시작은 미약했다. 현재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라프텔 초기 광고 공감 글에서는 라프텔의 광고를 보고 불법 사이트 주제에 광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자아내고 있어 재미있다.


불법 애니메이션 시장의 양성화를 이루어내다.

  라프텔은 애니메이션을 합법적으로 스트리밍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불법 시장의 경쟁력을 없애는 데 가치를 둔다. 기존 불법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어떤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해야 돈을 주고서라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까? 불법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의 특성상, 라프텔의 가치는 크게 소비자 중심의 가치와 공급자 중심의 가치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1) 소비자 중심의 가치

  라프텔은 소비자가 좋아하는/만족스러운 콘텐츠를 발견하는 일에 가치를 둔다. 라프텔은 CF, CBF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추천한다. 넷플릭스와 왓챠와 같은 OTT 기업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추천 알고리즘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현재 라프텔은 애니메이션계의 왓챠라는 명성도 얻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만족 할 만한 추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행태 데이터 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확보되어 있어야 하며, 이를 세밀하게 카테고라이징된 메타 데이터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초기 라프텔이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만화 평가 데이터를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왓챠의 별점 평가가 5억개인 반면, 라프텔의 별점 평가는 2017년 기준 700만개인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별점 평가 외에도 추천 알고리즘에서 고려해야 할 사용자, 콘텐츠 데이터는 무수히 많다. 만약 왓챠에서 동일한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라프텔 서비스를 이용할 것인지의 물음에 대해서는 프로덕트적인 관점에서 조금 더 살펴보자. 


(2) 공급자 중심의 가치

  라프텔은 불법 애니메이션 시장을 청산하고, 정당한 콘텐츠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가치를 둔다. 이를 위해 라프텔은 콘텐츠를 유료로 서비스하며, 플랫폼으로서 적정한 수수료를 창작자에게 지불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요 고객은 불법 사이트를 무료로 이용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얼마나 만족도 높은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서비스 전환율이 판가름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 시리즈는 각각 '기다리면 무료', '너에게만 무료' 등 콘텐츠를 무료로 체험하게 함으로써 가입자수, 체류시간을 크게 늘리며, 웹툰의 유료 콘텐츠 수익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현재 라프텔은 무료 체험 5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AVOD(광고를 보고 감상)를 통해 서비스로 유입한 뒤 유료 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분분 기능, 친구 초대 이벤트 등 무료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3. 라프텔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해결하나?

  국내 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이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는 이유는 바로 무료로,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둠의 경로에서는 실시간 분기작 외에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구작, 19세 무삭제판 콘텐츠 등이 업로드 되는 이점이 있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고싶은 애니메이션을 합법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이용자들의 행태는 어떻게 달라질까?


라프텔의 주요 고객을 다음과 같이 구분해보자. 고객 여정에 대한 이해를 위해 라프텔의 실제 회원등급을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라프텔 회원등급


(1) 하이큐/코난 등 특정 작품을 정주행 하려고 가입한 덕

  이들은 불법 사이트라도 서슴없이 특정 애니메이션 작품을 보기 위해 라프텔로 유입된 이용자들이다. 이들을 유료 이용자로 전환하기 위해서 라프텔의 입장에서 어떤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해야 할까? 아래와 같은 우선순위를 고려해 볼 수 있다.

a. 시청하는 동안 사용자에게 만족스러운 스트리밍 서비스 환경을 제공한다.

   스트리밍 환경의 경우 PC, 모바일, 태블릿, 크롬캐스트 등 다양한 기기를 지원하고 있으며, 오프닝/엔딩 스킵 기능, 다음화 이동 기능, 캡쳐 기능 등이 제공되고 있는 장점이 있다. 

b. 콘텐츠를 시청하고 난 뒤, 다음으로 무엇을 볼 것인지 만족스러운 콘텐츠를 제공한다.

  만족스러운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행태를 데이터로 풍부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라프텔의 경우 대표적으로 사용자의 별점 평가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추천해주며, 콘텐츠 탐색 시 태그검색 기능이 있다. 라프텔의 추천 알고리즘은 작품의 시대상, 시공간, 주인공의 성격, 중심소재 및 성장 서사 등을 구분한 17개의 카테고리에 따라 생성한 1700개의 태그에 따른다.  

c. 5일 무료체험, AVOD, 분분, 친구 초대 이벤트 등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라프텔의 과금 구조는 크게 SVOD(정기 구독 결제), AVOD(광고를 통한 무료감상), TVOD(개별 건당 결제)의 과금 형태로 구분되며, 서비스 첫 이용 시 5일 무료체험, AVOD 기능를 통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높인 후 유료 고객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구조이다. 이 외에도 최근 신설된 분분 기능은 카카오페이지의 캐시프렌즈와 같다고 할 수 있으며, 광고를 통한 수익을 내면서 유저의 인게이지먼트(리텐션, 체류기간 등)를 높이는 중요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2) 합법적인 경로로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은 애니 좀 본 덕 

  이들은 처음 라프텔 서비스를 이용한 뒤 꾸준히 서비스를 이용하는 매니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경우 돈을 더 내고서라도 자신이 선호하는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되는 경우를 가정할 수 있다. 이용자로서 와! 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서비스라면 내돈내산 합법 사이트 이용자들이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a. 시청하는 동안 사용자에게 만족스러운 스트리밍 서비스 환경을 제공한다.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동안 OTT 서비스는 만족스러운 스트리밍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라프텔의 스트리밍 환경은 어떠한지 간략하게 짚어보자.

· 오프닝/엔딩 스킵이 가능한가? Yes

오프닝/엔딩 스킵 기능을 제공하며, 자동스킵 설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 번의 터치로 오프닝/엔딩 스킵 기능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페인 포인트가 된다.

· 화면 내 밝기나 음량 조절이 가능한가? No

화면 내 스와이프를 통한 밝기 및 음량 조절이 불가능하다. 왓챠 플레이의 경우 좌측/우측 화면에서 위아래 스와이프 동작을 통해 화면내 밝기 및 볼륨 조절 기능을 지원한다.  

왓챠 플레이 제스쳐 동작 화면

· 자막 언어를 손쉽게 변경할 수 있는가? 동시 자막을 사용할 수 있는가? No

콘텐츠 제공사로부터 이미 자막/모자이크가 입혀진 영상이기 때문에 자막 언어를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불법 콘텐츠와 차별화되는 OTT 서비스만의 강점은 '빠르게 잘 만들어진 자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막이 이미 입혀진 영상을 VOD 서비스 하는 것은 불법 사이트와의 경쟁에서 라프텔의 큰 페인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 부분이 현재로서는 서비스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 더빙판과 자막판이 별도로 제공되는가? Yes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라프텔은 자막/모자이크가 입혀진 영상을 스트리밍하기 때문에 더빙판과 자막판이 별도로 서비스된다.

· 재생 시 화면 잠금 기능을 제공되는가? Yes

재생 시 화면 잠금 기능을 제공하여 영상을 보다가 실수로 재생을 멈추는 경우 등을 방지한다.

b. 경쟁사에 비해 독점적인 콘텐츠를 제공한다.

  다음은 콘텐츠적인 관점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배급은 크게 애니맥스와 애니플러스가 양분하고 있다. 이 경우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 마다 판권사 사이트별로 월정액을 중복 구매해서 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라프텔의 경우 국내 방송사의 애니메이션 판권을 모아서 보여주기 때문에 국내 유통되는 작품 대부분 라프텔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아직도 판권이 만료/비계약 된 애니메이션이 많기 때문에 콘텐츠 수급 확보는 지속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c. 사용자가 해당 서비스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발견하는데 가치를 제공한다.

· 검색 결과가 도움이 되는가? Yes <> No  

 영화 '바다가 들린다' 검색 결과 - 넷플릭스(좌)와 라프텔(우)

  넷플릭스와 왓챠의 경우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는 경우 제목에 키워드가 포함되지 않은 검색 결과값을 함께 보여준다. 이 경우 키워드와 관련된 메타 데이터를 갖는 다양한 콘텐츠를 탐색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특정 검색어의 결과값만을 찾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한편, 라프텔의 경우 키워드만을 포함하는 검색 결과값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특정 결과값을 찾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1차 검색에 실패한 이용자인 경우 이탈 가능성이 높은 단점이 존재한다.      




4. 라프텔 국내 주요 OTT 서비스가 될 수 있을까?     

  현재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최근 웹툰, 웹소설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콘텐츠 플랫폼 네이버시리즈와 카카오 페이지는 해외 만화 시장에서도 높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웹툰, 웹소설 등 장르 서적 외에도 점차 일반 서적으로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는 도서 플랫폼으로서의 전망도 있다(뉴스앤북, 변화하는 도서 플랫폼). 이러한 전개 과정에서 리디와 라프텔 서비스의 조합은 앞으로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상당한 의의를 가진다.

  

  라프텔이 앞으로 국내 주요 OTT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어떤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해야 할지 개선 점을 좀 더 이야기해보자.

 

(1) 멤버십으로 감상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제한되어 있다.  

태그검색 필터링 -전체, 라프텔에서 감상 가능한 애니, 멤버십 포함된 작품

  현재 라프텔에서 별점을 매길 수 있는 전체 5,750개의 작품 가운데 1,865개의 애니메이션 감상이 가능하며, 그 중 1,492개의 작품만 멤버십으로 감상할 수 있다(20.05.16 일자 기준). 넷플릭스와 왓챠가 각 7만, 5만 여편의 멤버십으로 감상 가능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적은 작품 수의 콘텐츠는 OTT 서비스로서 장기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없다.


(2) 판권이 만료된/없는 애니메이션이 많다.

  라프텔은 판권 구매 후 이용자에게 콘텐츠 사용권을 판매하는 수익 구조로서, 판권이 만료되었거나 없는 애니메이션 작품이 상당 수 많다. 유료 멤버십을 구독한 이후 감상 가능한 작품이 제한되어있다는 사실은 이용자로 하여금 이탈 가능성을 높인다. 현재 애니플러스, 애니맥스, KTH 등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판권작들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TVING,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독점작들은 서비스하고 있지 않다.


(3) 만화, 웹툰, 라노벨 감상 서비스를 미지원한다.  

리디북스 만화 페이지 내 라프텔 연계

  현재 라프텔에서는 만화, 웹툰, 라노벨의 감상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 않다. 서비스 초기에는 탭만 있고 서비스되어 있지 않다가, 지금은 애니메이션 작품만 GNB를 통해 탐색 가능해보인다. 다만, 리디와의 인수합병으로 세가 커짐에 따라, 현재 리디북스 만화 카테고리에서 애니메이션으로 감상가능한 작품은 라프텔과 연계되어 있으며, 리디북스 만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라프텔의 작품 이벤트를 열고 있어 리디북스 이용자의 유입도 대거 유도하고 있다.

  앞으로 리디북스와 라프텔이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통합 서비스로서 어떤 전개를 보이게 될지 열일하는 라프텔의 성장을 지켜보도록 하자.  



©️ 본 글의 저작권은 해당 콘텐츠 제공자에게 있으며, 콘텐츠의 무단 사용 및 편집이 불가합니다.



참고자료:

https://platum.kr/archives/122019

https://namu.wiki/w/%EB%9D%BC%ED%94%84%ED%85%94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8092709327463562https://it.donga.com/26445/

http://www.bloter.net/archives/292040http://news.bizwatch.co.kr/article/mobile/2019/08/05/0019

https://platum.kr/archives/11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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