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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쓰는 이작가 Nov 18. 2021

무욕의 로코작가

삶의 목표를 정해보자


다섯 칸 짜리 서랍장에는 줄무늬 옷만 들어있는 서랍장이 따로 있다. 그러나 서랍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마음에 드는 줄무늬가 없다.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 일을 앞둔 날이나 좋은 사람을 만날 때,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라도(속옷이라도) 입고 가는데, 특히 줄무늬 옷을 입고 가면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았다. 또렷한 줄무늬가 우유부단한 성격까지 바짝 직선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달까.

내가 그린 줄무늬 옷.


삶의 여정에서는 매번의 깃발이 필요하고, 그때마다 마음속에서는 그때 그때의 깃발을 꽂으며 가야하겠지만, 작고 가벼운 성취 만큼이나 아주 멀리있는 막연하고 이상적인 목표가 삶에는 필요하다고 한다.


나의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은 많고, 가능한 모든 것은 이루고 실체화 할 수도 있겠지만, 아주 멀고 막연한 목표를 정하라면 그것은, 완벽한 줄무늬를 만나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글을 쓰겠다거나, 각진 책상이 놓인 큰 집을 살거라거나, 유재석과 인터뷰 하면서 유재석을 웃기고 싶다,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나의 목표에 비하면 막연하지가 않다.


완벽한 줄무늬를 찾기 위해 계절마다 서랍장을 열고 틈틈이 줄무늬를 그으면서, 남들 눈엔 똑같지만  눈엔 너무 다른 매일의 줄무늬를 찾아 다다르기 힘든 삶의 목표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 아무데고 삶의 목표를 적는 칸이 나오면, 나는 완벽한 줄무늬를 기다리는 것으로 하겠다.


오늘 그은 줄무늬는 내 눈엔 좀 가늘고 비뚤어서 성에 차지 않았다. 어느 때는 또 너무 반듯해서 마음에 안 드는 이유가 되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영영 못 만날 것 같은 정해진 답을 두고, 서랍장을 열어 어떤 줄무늬가 좋을까…매일매일 고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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