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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Nov 13. 2022

연애와 같은 취업, 취업과 같은 연애

최근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성공하면 벌써 5번째 이직이다. 15년 남짓 경력에 5번의 이직이라…한 조직에 평생을 헌신하고 얼마 전 정년퇴직을 한 엄마를 보면 경이롭다. 나는 그만큼의 그릇이 못 되는 것인가. 적어도 난 엄마만큼 참을성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쓴 이력서를 찾기 위해 문서 폴더를 뒤적이니,  저장 연도가 2019년이라 나온다. 형식도 내용도 뭔가 손볼 것이 많아 보였다. 이렇게 형편없는 이력서로 어떻게 이직을 했나 싶을 정도로 나의 3년 전 이력서는 비루했다.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뜯어고치기 위한 대거사가 시작되었다. 어떻게 하면 똑똑해 보이고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후보자인 것처럼 보일 수 있을까 생각하니 어쩐지 최근 데이팅 앱의 프로파일을 설정하던 기분과 흡사하다. 


나는 왜 직업도 연애도 어느 하나 안정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3초간 자기 연민에 빠졌지만 나는 또 힘을 내야 했다. 나를 불쌍히 여길 시간이 없었다. 


취업과 연애는 참 많이 닮았다. 내 마음에 드는 상대/회사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나 또한 매력적인 상대가 되어야 한다. 학력, 기술과 같은 스펙은 물론이고 외모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스펙의 한 부분이다. 


소개팅에 나가면 첫인상이 중요하다. 회사 면접도 마찬가지다. 첫인상 3초에 호불호가 갈린다는 조사도 있을 만큼 인간은 편견에 지배받는 동물이다. 물론 첫인상이 별로여도 대화를 하다 보면 호감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 또한 구직시 마찬가지다. 예전 직장에서 면접관으로 참여해본 기억을 되살려 보면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후보자가 인터뷰 질문을 통해 점점 호감을 사 최종 합격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개팅을 나가기 위한 준비 과정과 회사 면접 준비를 하는 과정 또한 매우 흡사하다.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 머리를 하거나, 전문가에게 메이크업을 받기도 하고 최대한 밝고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착장을 구상한다. 상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다면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대화 주제를 생각해 보기도 하고, 공통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상대가 내 마음에 들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수록 준비 과정에 더 공을 들인다. 회사 면접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인재상에 대해 공부했던가? 왜 그 회사에 몸담고 싶은가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면접관을 만족시킬 수 있을 만한 모법답안을 작성한다. 


연애든 취업이든 내가 좋다는 상대(회사)가 나를 좋아해 주는 게 (받아주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런 일은 기적과 같은 확률로 일어난다. 단, 본인이 매력적이고 충분히 능력치가 뛰어난 사람이라면 확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적정선에서 타협을 해야 한다. 백 프로 나를 만족시키는 사람이나 회사는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나 또한 백 프로 남에게 만족감을 남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점차 눈이 높아진다는 것도 어쩌면 맞는 말이다. 사회 초년생일 때는 나를 받아 주는 곳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경력이 쌓일수록 이직에 좀 더 신중을 기하게 된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순수하고 풋풋한 시절의 연애와 서른이 넘어 사회에 쩌든 자의 연애는 다르다. 


본인의 절박함에 따라 어떤 이는 쉽게 타협을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끝까지 자신의 이상적인 상대(회사)를 갖기 위해 도전한다. 연애도 취업도 피, 땀, 눈물을 한 바가지 퍼부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노력이 중요하지만, 연애와 취업을 수 차례 시도하며 느낀 점은 감이 중요하다는 것. 인생사에 있어 우리는 감을 바탕으로 많은 결정을 한다. 아무리 스펙이 좋은 사람도 특정 회사에 맞지 않는 인재상일 수 있는 것이고, 얼굴이 아무리 잘생기고 예뻐도 나와 맞지 않으면 연애는 성사되지 않는다. (물론 이쁘고 잘생기면 좋은 점이 많은 것은 같다.) 그것은 모두 우리가 갖고 있는 감에서 비롯된다. 결국 취업이든 연애든 교감이 결정타라는 것. 


그런 이유에서 연애와 취업은 쉽지 않다. 단순히 객관적인 스펙만 갖고 결정되는 사항이었다면 오히려 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애도 취업도 결국엔 나와 잘 맞는 상대를 고르기 위한 끝없는 투쟁이다. 나와 잘 맞는 상대/회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결국 나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것이고, 나와 맞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전략이 될 것이다. 


혹, 면접에 몇 차례 낙방해 지친 이들이 있다면, 나와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털어냈으면 한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처럼, 연애도 회사도 결국 나와 잘 맞는 곳을 찾아가면 그만이다. 다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연애하듯 그렇게 접근하는 것도 낙방 후 대미지를 줄이는 방법 중에 하나다. 


직장도 연애도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것이 없는 인생이지만 나는 꽤나 긍정적이다. 단짝 같은 인생 파트너와 나를 알아주는 회사를 찾는 것. 결승점에 골인하기 위해 수많은 면접과 소개팅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흡사 고통이기는 하지만 누가 말했듯, 결국에는 숫자 게임 아닌가. 나를 알아봐 주는 상대, 회사 모두 '하나'만 있으면 되기에. 그 하나를 찾기 위해 계속 정진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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