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을 좋아하는 너.
봄이 되면 커다란 백합 다섯송이를 사와
둥글고 긴 화병에 넣어 거실에 두었던 너.
진한 향기에
현관 앞부터 코끝이 싱그러웠던 4월.
간혹 백합을 라일락이라고도 불렀던 것 같은데.
그래서 나는 지금도 라일락 하면
여전히 크고 하얀 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골목길을 지나다
하얀꽃이 가득 피어난 나무를 보면
그 나무 아래 한참 서서
뒷목이 찌릿하게 당길 때까지
꽃봉오리를 올려다본다.
아마도 목련이었을게다.
목련과 라일락 그리고 백합은
나에게 같은 의미다.
네가 좋아하는 꽃.
봄에 피는 크고 하얀 꽃.
네 덕분에.
올 봄에도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꽃의 이름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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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꽃잎이 떨어지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