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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re Jun 15. 2023

일상단상 #11. 여름의 해변

영영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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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튜브를 허리에 끼고, 시원한 물속으로 참방참방 뛰어본다. 발끝에 스치는 백사장 모래와 보드라운 물결, 물속이 환히 보이는 투명한 하늘,  멀리 들리는 아이들 물장구 소리, 여름 물놀이 풍경을 떠올리다 보면 그날이 생각난다.


수영을 하고 나와 편의점으로 가는 ,  넓은 모자에 선글라스를  엄마가 나타났다. 뒤이어 얕은 물결에 손만 슬쩍 담그는 엄마가 보인다.  옆으로 초록색 4 도시락통을 열어 젓가락을 하나하나 손에 쥐어주는 엄마. 파라솔 아래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엄마. 파도가 무서워 바다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엄마. 물놀이가 끝난 동생과  신발을 뽀득하게 물로 씻어 신게 하던 엄마. 파도가 지나가는 바다, 파란 하늘, 초록 , 노을 지는 하늘을 좋아하는 엄마. 나를 보고는 “,  예쁘다. 그렇지?”라고 묻는 엄마.


한여름 해변에는 여기도 저기도 그녀가 가득하다. 얼마    걸음은 계속 뎌지고, 꾹 참았던 울음이  끝까지 올라 눈을 질끈 감는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주저앉아 엉엉 어버리고 싶지만,  그녀가 나타나 엉덩이에 묻은 모래를 탁탁 털어주고는 “에이, .”이라고 말할  같아서.


그럼  자리에서 다시는

영영 일어나지 못할  같아 한숨을 한번 삼키고는 다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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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한 숲> ‘여름의 해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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