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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코치 Feb 06. 2023

부장과 임원 사이

김 상무는 A사의 신임 임원이다. 그는 부장 직급으로 사업부장을 맡고 있다가 이번 인사에서 사업부장 보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무보로 승진했다. 자리는 바뀌지 않고 직급만 바뀐 셈이다.


김 상무에 의하면 사업부의 다섯 개 팀 중 두 개 팀의 팀장의 태도가 부정적이었다. 김 상무가 이러저러한 일을 새로 해 보자고 하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안 된다고 하거나 과거에 해 본 일인데 실패하지 않았느냐고 하는 식이었다. 다섯 명의 팀장 중에 두 사람이 그러니 팀원들도 닮게 되는지 팀의 분위기도 부정적이 되어갔다.


내가 물었다.

“상무님, 그런데, 이번에 상무로 승진하시기 전에도 그 두 분 팀장은 그렇게 부정적이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승진하시기 전에는 두 분 팀장의 그런 태도가 고민이 되지 않으셨나요?”

김 상무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짜증은 났지만 그냥 넘어갔던 거 같습니다.”

“그때는 왜 그러셨을까요?”

“승진하기 전에는 그 두 사람을 제 동료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부하가 아니라 동료로 느꼈으니 쓴소리를 하지 않았나 봅니다.”

“지금도 같이 일하는 동료 아닌가요?”

“같이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료는 맞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저는 ‘임원’입니다. 임원 입장에서 두 사람을 보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거 같습니다.”


김 상무가 고참 부장으로 사업부장을 맡고 있을 때 두 팀장 중 한 사람은 부장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차장이었다. 김 상무가 승진하면서 고참 부장과 차부장 간의 관계에서 임원과 직원의 관계로 달라진 것이다.


팀장과 임원은 어떻게 다른가? 김 상무의 경우처럼 하는 일은 그대로인데 부장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다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팀장과 임원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조직 내에서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다. 팀장은 직원이지만 임원은 경영자이다. 규모가 큰 조직이나 경영관리본부장 같이 전사를 관장하는 조직을 맡은 임원이라야 경영자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맡은 부서의 크기와 상관없이 임원의 되었다는 것은 경영진의 일원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는 회사 전체의 시각에서 일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자인 임원과 경영자가 아닌 팀장은 업무의 범위가 다르다. 팀장은 자신이 맡은 부서의 일만 책임지면 된다. 반면에 임원은 자신의 일과 함께 회사 전체의 일과 성과에 관여한다. 자신이 맡은 부서의 입장만 고집하는 임원이 임원답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가 그것이다.


또한 임원은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부서나 회사가 앞으로 할 일을 만들어 내고 정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임원은 일일이 업무 지시를 받지 않는다. 회사가 비전을 정하면 임원 각자는 비전 달성을 위해 자신의 부서가 할 일을 찾고 계획을 수립한다.


팀장에서 임원이 되면 달라지는 또 하나는 동료나 부하 직원과의 관계이다. 임원이 되면 직급은 다르지만 같은 직원 입장이었던 관계에서 임원과 직원, 즉 경영자와 종업원의 관계가 된다. 경영자는 회사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임원이 되기 전에는 그냥 넘어가던 일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친구나 선후배의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한번 친구면 계속 친구이다. 그렇지만 조직 내에서의 관계는 영원하지 않다. 같이 입사한 동기가 상사가 될 수도 있고 심지어 상사와 부하의 위치가 뒤바뀌기도 한다. 특히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은 조직 내 관계에 미치는 변화가 크다.


신임 임원으로서 힘들어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바로 관계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다. 과거의 동료 관계에 머물러 있지 말고 시야를 넓혀서 경영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보기 시작해야 한다. 김 상무처럼 기존 관계에 의문을 던지는 일이 필요하다.


나는 코칭을 끝내면서 김 상무에게 물었다.

“상무님, 그럼 두 분 팀장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김 상무는 생각에 잠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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