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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sin Feb 24. 2024

네 글자다




죽고 싶다와 배고프다는 똑같이 네 글자다.

또 나지막이 혼잣말을 했다.

죽고 싶다.


아까는 배고프다-는 혼잣말을 연신하다가,

너무 정신이 피곤하고 지쳐

카페에서 엎드려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죽고 싶다-와 배고프다-는 이렇게 공존할 수 있구나.

처음으로 알았다.



죽 살 죽 살 죽 살 죽 살 죽 살


죽고 싶다-와 살고 싶다는 한 글자 차이다.


죽이거나 살이거나.

죽이거나 살리거나.


죽고 싶다고, 생각하며 아득한 어둠 속에 빠져있었는데.

한숨 잠들었다가 깨니 이렇게 살아있다.

그리고 살, 고 싶다.

조금은, 아주 조금은.




삶이라는 게, 참 별것이 아니다.

피곤함과 지침 속에서

눈을 감을 때는 잠깐 죽은 것 같다가,


한 소뜸 잠을 자고 나니, 눈을 뜬다. 살아있다.


숨이 붙어있으면 살아있는 것이다.

숨을 쉬면 고통과 괴로움과 배고픔과 함께, 어쨌든 살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숨이 멎으면 그와 함께 시야도 까매지고, 고통도 괴로움도 눈물도 분노도, 슬픔도, 오해와 이해도 다 끝나는 것이다.


이러니

생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야겠다.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정말 그것은, 무엇인지.

얕은 희망들hopes 말고,

생의 마지막 DNA처럼,

부인할 수도, 쪼개질 수도 없는.

여러 개로 해체되거나 다양하게 해석되거나, 또다시 인수분해될 수도 없는.

원자처럼

내 희망의 근원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지.


그것 외엔 난, 별로.

관심이 없다. -라고 말하기엔 아직 너무 관심도 호기심도 많고,

희망들-은

그 부질없음들은

내 안에서

나를 괴롭게 한다.


성찰

성찰

성찰


깊은숨을 몰아쉰다.

깊은 음을 내는, 유럽산의 오래된 첼로가 되고 싶은데.

내 안에서는

쨍쨍 거리는 싸구려 연습용 바이올린 같은 소리만 나 괴롭다.


나는 나인데.

언제나 결코, 내가 아닌 누구도 아닌데.

내가,

내가 되기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같다.


희망다운 희망이, 희망이 되기도.

궁극적이도 본질적인 단 하나의 희망이,

정말 그렇게 단 하나의 희망이 되기도.


영원히 잠들어 버리고 싶다.

가장 짙고 유혹적인 희망은,

완전히 까만 안식이다.


가장 근원적인 말들인데,

장난처럼

다,

똑같이 네 글자다.


죽고 싶다.

살고 싶다.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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