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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sin Mar 08. 2024

캐리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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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지하철역과, 커다란 쇼핑몰과, 유명 외제 자동차 대리점이 있는 곳. 오피스텔과, 화려한 상점들이 들어서 있는 높다란 주상복합 건물이 행인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행복과 풍요로 가득한 한강 남쪽의 도시. 사람들이 늘 붐비는 활기 가득한 쇼핑몰의 1층이었다. 그곳에는 눈부시게 번쩍이는 금빛 금속 바디의 유리문이 있었고. 바로 그 출입문 옆 돌벽 아래 한쪽에 캐리어가 있었다.



누구에게나 낯설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쇼핑몰의 출입문 옆 한쪽에 캐리어가 휑하니 놓여있는 풍경은.



캐리어는 검은색 거친 천 재질로 되어 있었다.  두 개의 바퀴와 두 개의 검은색 고무 지지대가 번쩍이는 대리석 바닥 위를 안정적으로 딛고 있었다. 길이 조절 손잡이가 뽑힌 채, 배 쪽을 보이고. 누군가 황급히 볼 일이 있어 잠깐 세워둔 것처럼 말이다.



성율이 쇼핑몰에 혼자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러 1층의 금빛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던 5시경에도, 여유롭게, 천천히 천천히 스프링롤과 함께 소고기 쌀국수를  먹고 나오던 6시경에도.



그는 무심하게 무거운 금빛 문을 밀고 나가고 있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리포트도 쓰고, 쉬면서 소정에게 전화도 하면서 오래 머무르려면 카페는 스타벅스로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직도 그대로 있네? 누가 잠깐 놓고 간 것 아니었나. 사람이 얼마나 많이 지나다니는 곳인데, 신경 쓰는 사람이 이렇게 아무도 없었단 말이야? 그 많은 사람들이 다 그냥 두고 지나친 거야? 주인이 여기에 잠시 두려다가 깜빡 잃어버리고 어디 멀리로 가버렸나. 화장실 같은 데라도 갔다가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이런 곳에 누가 몰래 폐기물 쓰레기로 버릴 리는 없을 것 같은데.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그도 걷기의 관성을 따라 그대로 지나쳐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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