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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면 Aug 20. 2022

10. '밖'에 갇히다(야옹아, 오해야 오해!)

방금 일어난 일이다.

피자가 먹고 싶어 배달을 시켰다.

아빠가 자고 있어서 요청 사항에 대문 앞에 두고 문자를 남겨주시라 썼다.

조금 뒤 예상 시간보다 빨리 도착한 피자를 가지러 나갔다.

피자판을 들기 위해 두 손을 뻗는 순간, 철컥.

대문이 닫혀 버렸다.

우리 집 대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바꿔 단 지 약 한 달 정도 된, 잠금 기능이 아주 뛰어난 대문이다.

엔 빗자루를 대어 잠김을 방지하지만 밤엔 치워 두는 걸 깜박했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폰도 들고 나오지 않았는데...

다행히 현관문은 완전히 닫지 않고 나왔고

아빠가 자고 있는 방의 문도 활짝 열린 상태였다.

소리치면 깰 것 같기도 해서 아빠를 부르짖었다.

소식이 없었다.

집 뒤편으로 돌아가 창문을 공략해 보기로 했다.

담벼락 옆은 온통 키 큰 화분이 열대 우림처럼 우거져 있어 한 발짝 내딛기도 힘들고 가로등도 없어 주위가 내 상황처럼 깜깜했다.

그때 야옹이가 화분 틈 사이로 나타났다.

꼭 내 목소리를 듣고 나온 것처럼.

그 와중에도 반가워 쓰다듬어 주면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했다.

"언니는 지금 밖에 갇혔어..."

하지만 야옹이는 대문 앞으로 향했다.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같이 따라갔지만 여전히 대문은 굳게 닫혀 있고 아빠는 기척이 없고 야옹이는 어서 안으로 안 들어가고 뭐 하냐는 듯 날 쳐다봤다가 문에 앞발을 대고 일어섰다.

"언니도 집에 들어가고 싶어..."

바닥에 놓인 피자판과 잠옷바람의 내 모습.

처량했다.

난 야옹이에게 잠시 기다리라 하고 다시 집 뒤편으로 향했다.

아빠를 대여섯 번 부르짖고 있으니 야옹이가 곁으로 다가왔다. 옆에 앉아 나를 쳐다보는가 싶더니 잠깐 내가 창문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던 사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저를 일부러 집에 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한 걸까.

그렇게 친구마저 잃고 다시 대문 앞으로 가서 아빠를 찾았다.

기적처럼 곧 아빠가 등장했다.

"열쇠 안 들고 갔어?"

누가 피자 잠깐 가지러 나가면서 열쇠를 챙겨요.

쨌든 피자를 집으로 옮겨놓고 다시 나가 야옹이를 불렀지만 나타나진 않는다.

정말 삐진 걸까?!

야옹아, 오해야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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