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다니던 때,
내 기본 옷차림은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늘하늘한 블라우스와 미니스커트, 킬힐이었다.
당연히 풀 메이크업도 빼먹지 않았다.
총 소요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
어렵다는 생각은 했어도 힘들다는 생각은 안 했었다.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오늘 예쁘다고 해 주면 마냥 기분 좋았다.
화장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코로나가 터지고 한여름에도 마스크를 쓰면서부터다.
땡볕에 녹아내린 파운데이션이 마스크에 잔뜩 묻어난 걸 보니 너무 지저분했다.
어차피 얼굴 대부분은 가려질 텐데, 이걸 바르고 나가 봐야 무슨 소용일까.
스킨 하나만 딱 바르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신세계가 열렸다.
‘완전 편하잖아!’
옷차림도 점차 간소해졌다. 무지 티와 일자 바지. 폭신한 운동화.
그렇게 서서히 내 본모습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보다 보니 썩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어설픈 실력으로 공들여 화장했을 때보다 나은 것 같았다.
요즘 카페나 도서관에 일하러 갈 땐 무채색의 트레이닝복 차림이다.
아주 가끔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 거울을 보면
‘너무 추레한가?’ 생각하지만 곧,
‘뭐 어때. 예뻐 보이고 싶은 사람도 없는데.’ 하고는 만다.
그러나 내 오랜 친구들과 몇몇 소중한 사람에게는 아직 잘 보이고 싶다.
대학 다니던 때처럼 바비 인형같이 보이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당신을 존중합니다, 당신과의 시간을, 만남을 이토록 기다렸어요, 라는 걸 보여 주기 위해.
그래서 약속이 있는 날엔 열심히 단장한다.
머리를 단정히 빗고 깨끗한 옷을 입는다.
전혀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다.
이런 모양의 아름다움을 오래 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