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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면 Sep 02. 2022

쉬는 시간

내가 사는 지역 시내에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 할리스의 주요 손님들은 거의 공부를 하거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한다.

나도 자취방을 새로 얻어 이사하기 전까진 거의 매일 버스를 타고 나와 음료를 시켜두고 일하곤 했다.

언제 가도 대체로 조용하고 책상과 의자 높이가 알맞다. 전면 유리창은 항상 깨끗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에 있어 볕 좋은 날엔 바깥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자취방과는 거리가 꽤 멀지만 한 번씩 기분 전환이 필요하거나 시내에 다른 볼일이 있으면 노트북을 챙겨 들고 할리스를 찾는다.


2주 전이었나.

두세 시간만 집중하면 일이 금방 끝날 것 같아 오랜만에 도서관을 벗어나 할리스로 향했다.

한동안 정신없이 일을 하다 화장실엘 다녀오던 도중 다른 손님들을 둘러보게 되었다.

나 포함해서 네댓 명이 있었다.

모두 혼자 온 듯했다.

남자 한 분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옆에 두고 핸드폰을 하고 있었고

할머니 한 분은 따뜻한 음료를 앞에 두고 창밖 풍경을 감상하고 계셨다.

그 옆의 옆에 앉은 여자분은 책을 읽고 있었다.

혼자여서인지 다들 말이 없었다. 그저 책장 넘기는 소리, 잔을 잠시 들었다 놓는 소리만 들렸다.

그 풍경이 참 평화롭게 느껴졌다.

숨 고르기 중인 것 같은 모습들.

아, 다들 잠시 쉬러 오셨구나 싶었다.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쉬는 시간을 가지는 사람들을 참 오랜만에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에서도 똑같이 책장 넘기는 소리, 텀블러를 잠시 들었다 놓는 소리만이 들리지만 거기서는 오롯이 치열함만이 느껴진다.


일을 마치고 한동안 이름 모를 손님들과 함께 휴식했다.

오랫동안 이곳이 이렇게 남아 주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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