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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면 Sep 29. 2022

수수한 이야기_아름다운 것과 맛있는 것

나의 경주 여행 일지

대릉원 포토존을 지나

천마총 부근의 연못도 구경했다.

그리고 다시 방향치답게 그 안에서 몇 번을 헤매다

겨우 후문으로 빠져나왔다.


꽤 오래 걸어 다녔더니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말랐다.

미리 찾아둔 예쁜 카페로 향했다.

비가 그쳐 그런지 테라스에 손님이 많았지만

나는 가게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좋아하는 홍차를 차갑게 마시며

한동안 창밖을 구경하다가

크림브륄레를 포장해서 숙소로 갔다.

그때가 오후 5시 즈음이었는데 6시까진 핸드폰도 충전할 겸 쉴 요량이었다.


크림브륄레가 너무 맛있었다.

난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머리에 느낌표가 뜨는 느낌인데,

이번에도 그랬다!

달콤한 간식을 먹고 침대 위에 늘어져 있다가

6시 조금 넘어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일단 저녁을 먹기로 했다.

메뉴는 스테이크 덮밥.

유명한 가게라 대기가 있을까 했는데

다행히 없었다.

고기가 부드럽고 간이 세지 않아 맛있게 먹었다.

유적지 야경을 보러 가기 전,

독립 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에 들렀다.

고심 끝에 시집을 한 권 샀다.

포장해 주시는 주인분의 손놀림이 탁탁, 차르륵 군더더기 없어 멋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와인샵.

내부는 크지 않았지만 다양한 와인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혼자 여행 온 나한테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

딸기맛 작은 와인 한 병과

모스카토라고 적힌 잔에 든 와인 하나,

치즈 안주 꾸러미를 샀다.

주인분이 작은 와인병을 정성스레 포장해 주셨다.

나중에 확인하니 라벨에 달린 꽃이 무려 생화였다.

또 경주에 온다면 꼭 다시 찾게 될 곳.

숙소에 들러 시집과 와인 꾸러미를 두고

다시 나와 유적지로 걸었다.

동궁과 월지가 최종 목적지였지만

첨성대도 가는 길에 있어서

겸사겸사 조명이 비친 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동궁과 월지는 정말 멀었다.

도보로 30분.

다행히 중간에 벤치가 있어 잠시 앉아 쉬기도 하고

화장실도 다녀올 수 있었다.


걷고 걷고 계속 걸어 도착한 동궁과 월지.

야경을 보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원래는 물에 비친 모습이 더 선명하다고 하는데

개구리밥이 많이 있어서 아주 조금 아쉽기는 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밤 9시.

돌아오는 도중에 또 길을 헷갈려

이리저리 다니느라 어쩔 수 없이 지쳤다.

그래도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사 두었던 와인과 치즈를 세팅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나 지금 여행 왔지.

마음껏 쉬어도 괜찮지.

생화 장식 라벨을 들여다보며 잔을 기울이다가

내일은 조금만 더 날씨가 맑기를 바라며

자리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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