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으로 살면서 신경 쓰이는 점은 주변의 불안이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혹은 못한다면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걱정한다는 점이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다정다감'이겠지만, 부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오지랖'이다.
더욱이 걱정의 대상이 공식적으로 결혼을 거부하는 '비혼'이라면 걱정의 수위가 더 높아진다. 그리고 이 걱정은 비혼주의자였던 나에게 꽤 힘든 부분 중 하나였다.
앞서 글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왜 내가 비혼을 선택했는가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었지만 여전히 그들은 '비혼'은 치유해야 하는 혹은 일탈이었다. 물론 지금은 내가 생각의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서 주변의 걱정은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마음속에는 "언제 저 녀석이 비혼으로 돌아설지 몰라"라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비혼으로써 내가 최선을 다했던 부분은 "저 지금 잘 살고 있어요."라고 보여주어야만 했다. 단순히 물질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신적, 신체적 건강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증명해야 했다.
비혼이 되기로 결심했을 때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나의 건강은 내가 책임진다."는 것이었다. 이 생각은 주변 사람들의 불안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건강하고,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한 첫 출발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나의 생각과 행동, 계획은 내가 원하던 인생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불안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나에게 '비혼'뿐만 아니라 '나의 삶'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하게 해 주었다. 개인의 성향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개인주의적인 면이 있다. 단순하게 말하면, "너는 너, 나는 나"로 정의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상황이나 감정에 깊이 개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점 때문에, 때로는 냉정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타인의 인생은 타인의 영역이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내가 해결해줄 수 없는 부분이므로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방식과 비혼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갑작스럽게 '결혼을 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만으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관심부터 걱정까지 받게 되었으니 상당히 피곤한 시간이 되었다. 그들이 나에게 바랬던 점은 생각의 변화였겠지만, 내가 그들에게 바랬던 점은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정말 불안했다면 그들에게 먼저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그리고 비혼이라는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면, 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생각하고,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비혼은 불안한 시간이 아니었다. 역설적으로 주변의 걱정 때문에 예전보다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서 운동에 취미를 붙였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또한, 취미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고등학교 이후 접었던 게임을 다시 시작했으며, 영화,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오픈 컬리지 모임에 참석하면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시각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
여전히 비혼은 출산율을 낮추는 요인,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성차별, 경제적인 요인으로 인한 결과처럼 보일 것이다. 그래서 비혼이란 선택은 도전이 아니라 좌절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모든 비혼주의자들이 자신의 삶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변의 불안함과 걱정이 그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과감히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앞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비혼은 선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도전이다. 우리가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주변의 걱정과 우려도 있지만, 지지와 응원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도전도 해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비혼도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 그들은 '결혼'이 최종 목적이었던 삶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다. 그렇다면 여러분도 그들과 똑같은 위치에 한 번쯤은 서보는 것이 어떨까? 일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비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고, 함께 바라본다면 조금은 덜 불안해질 수 있지 않을까?
매일 우리가 내리는 선택은 자신을 위한 선택이다. 그래서 그 선택이 최선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한다. 비혼도 마찬가지다. 늘 최선의 선택이 되도록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불안해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에게 더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