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_마지막]
세계화가 한 시대를 휩쓸고 가면서 자의든 타의든 모든 세상의 연결이 더욱 공고화되었고 그 결과를 요즘 뼈저리게 실감하면서 산다. 한때 나비효과라는 이름으로 그 파장의 불가해함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그 파장이 그 어느 때보다 점점 커져간다는 사실은 이미 너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코로나19로 너무나 극명하게 세상이 한 바구니에 담겨있음이 증명되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다른 나라의 전쟁이 전 세계의 에너지 전쟁과 방위산업 등으로 바로 연결됨을 알게 됐다.
무서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전 세계적인 구조에 갇힌 느낌이다. 이 문제는 전염병과 경제만이 대상이 아니다. 한 겨울의 날씨조차 유럽은 한 여름 같고 미주지역은 한파가 몰아치는 등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에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진정 지구는 하나가 되었다.
더 크게 걱정되는 일이 있다. 나나 우리 사회 혹은 국가의 움직임이 세상을 움직이는 독립변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제주도의 중산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고립되고 나름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그 반대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다. 농산물을 비롯한 먹거리부터 정치적인 이슈까지 강대국가 다국적기업과 대기업에 끌려다니는 것을 너무 선명하게 할 수 있다. 하물며 정치적으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혼자서 결정하면 되는 줄 아는 단순한 정부의 의사결정에 뉴스를 보는 일조차 민망하기까지 하니.
가끔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꿈꿔본다. 그러나 혼자 숲 속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자유로울리 없을 게다. 외부로부터 조금이라도 영향을 덜 받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코로나19도 어찌 되든 극복하며 살겠지만 기상이변은 매년 더 심해질 것이다. 강대국과 대기업들의 극단적 이익 추구 역시 거세질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새해가 밝았고 많은 이들이 새 결심을 하는 시기이다. 최소한 한 가지 분야에서는 독립적일 수 있는 인간이 되어보기로 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서 이제 두 달째 채식 생활에 도전 중이다. 무작정 덤벼보는 도전이지만 동물성 단백질이나 식용유로 튀긴 다양한 음식에서 멀어져 보려 발버둥 치는 중이다. 물론 그동안 내 몸에 최악의 건강 신호가 켜졌고 이에 대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무모하다거나 어이없어하는 사람들 천지다. 사회적 트렌드라서 따라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존의 관점에서 접근해 보면 어떨까 싶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 혹은 내가 속한 지역이 조금이나마 자립구조를 지니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오랜만에 마트를 방문해보니 내가 세운 기준이 얼마나 어이없는지 금세 탄로가 났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동물성 단백질과 식용유와의 거리 두기라는 것뿐인데 몇 가지 채소와 일부 품목만 사고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새해의 무모한 결심이 한 해가 다 가도록 지속됐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 몸이 우선적으로 회복탄력성을 가질 것이라 믿는다. 한 해의 시작이 너무나 과격한 시도를 하게 되니 놀랍다. 견강부회일지 모르나 세상이 모든 면에서 흉흉해졌다. 삶의 시각을 바꿀 때가 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