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일기_20251217
바람 불어 쓸쓸한 날

by 너구리

예외 없이 제주의 겨울은 스산하다. 육지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제주의 바람은 사람을 참 슬프게 한다. 더구나 이주민으로 어느 한날을 보내게 되면 왜 하필 오늘이 그날일지는 알지 못하지만 쓸쓸함을 떨쳐버릴 수 없어 더욱 가슴이 저리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젖혔을 때 하늘빛이 밝으면 이유 없이 시작이 좋다는 느낌이 든다. 반대로 찌뿌둥한 하늘과 구름이 내 턱밑까지 꽉 차 들어오면 왠지 모른 우울함이 디폴트로 지속된다. 거기에 바람까지 불어닥치는 날은 스산함으로 몸서리쳐지는 지라 이유 모를 선입견으로 하루가 그저 그렇게 지나간다.


오늘이 그렇다. 어렵게 피하고 피해서 카페의 자리에 앉았지만 차를 피해 몇 발자국 걷는 짧은 시간조차 뼛속까지 스며들듯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온 얼굴에 맞서 달려드는 깊은 바람이 쉴새가 없다. 계속 연이어 불어대는 바람이 그래서 무섭고 힘겹다.


바람을 피해 자리에 앉으니 살 것 같다. 나뭇가지는 사정없이 흔들린다. 방향이 어디인지 모른다. 연말 이어서일까. 겨울이어서 일지도 그러나 흔들리는 나뭇가지는 상쾌한 날이 아니고서는 언제나 불안한 마음과 괘를 같이 한다. 사람은 간사한 마음 그대로를 지닐 뿐 옛적의 형상이 더 나아질 거란 상상은 현실과 닿지 않는다. 불안함의 이유는 언제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날씨가 추워지면 결국 내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을 상황이 지속될 거라는 생각. 사냥을 하거나 농사에 이롭지 못할 가능성. 체온을 보존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 등 많은 것들이 나의 평안함에 해로운 상황이다.


원초적 이야기를 할 일은 아니지만 그나마 카페에 앉아 바라보는 바람이어서 다행이다. 직접 몸으로 맞닥뜨리는 바람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겨울 억새와 함께 느낄 수 있는 감성을 느낄 수 있어 오히려 전세 역전이다. 겨울바람은 카페에 앉아 있을 수 있기에 좋다. 카페에 앉아 일기를 쓸 수 있어도 좋고...


그 쓸쓸한 정체모름에 대해서만 아직도 답을 못 찾고 있으니 아마도 본능적인 불안감이겠지. 바람아 될 수 있는 만큼 불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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