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최근 문경에 농지를 매입하면서 로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의성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일찍 도시로 유학을 떠나온 후 도시인이 되었다. 아직은 주로 도시생활을 하고 있다. 산비탈 조그마한 텃밭에 채소를 심으며 잊고 지냈던 로컬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컨설팅 비즈니스를 하면서 로컬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도시브랜드에서 마을브랜드까지 브랜딩 관점에서 로컬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비즈니스와 강의, 그리고 여행으로 전국 각지를 다니며 로컬을 관찰했었다. 로컬의 미래를 생각하며 로컬에 다시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마케팅과 브랜딩 칼럼을 쓴 칼럼니스트이고, 사진전시회를 열고 사진집을 출간한 사진작가이고, 백두대간을 트래킹 한 트래커이기도 하다. 이런 관심과 취미를 로컬에 투영해 보니 뜻밖의 발견을 할 수 있었다. 로컬 탐방기사(르포)를 작성하여 로컬에 가치를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흩어져 있는 기록을 정리하여 다시 로컬에 가치를 담는 작업이다. 이 책을 만들게 된 연유이다.
그런데 왜 지방이나 지역이 아니라 로컬일까? 지방과 지역, 그리고 로컬이 혼용되고 있다. 우선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지방(地方)은 큰 땅 가운데 어느 한쪽 방면, 어느 한 방면의 땅 또는 서울이나 대도시 이외의 지역, 나라의 중앙 이외의 지역이다. 지역(地域)은 일정하게 구획된 넓은 범위의 땅, 전체 사회를 어떤 특징으로 나눈 일정한 공간 영역을 말한다. 즉, 지방은 방향을 지칭한다면, 지역은 경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흔히 쓰는 ‘지방’이라는 말속에 중앙은 우월하고 지방은 열등하다는 편견과 차별이 깃들여져 있다. 지방 또는 지역을 나타내는 영단어로는 로컬(local)과 리저널(regional)이 있다. 사전적으로 로컬은 살고 있는 특정 ‘지역의’, ‘현지의’를 의미한다. 주로 나와 관련 있는 지역을 로컬로 표현한다. 리저널은 로컬보단 상대적으로 크고 비교적 나와 관련이 없는 ‘지역(전체)의’, ‘(특정) 지방의’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로컬은 지금이라는 시간성과 여기라는 장소성이 함께 작동하는 현재의 장소, 곧 현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적절한 용어는 로컬이다. 지방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차별에 대한 의미가 없으면서 현재의 장소라는 의미를 가진 로컬에는 로컬의 정체성이 있고, 로컬의 브랜드가 있고, 로컬의 콘텐츠가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들이다. 로컬탐방을 통해 현재의 장소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느낌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