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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일라 Dec 03. 2024

14. 세 번째 상담 후기

현재를 살아야 한다

어느새 세 번째 상담을 갔다. 첫 상담에서는 왜 오게 된 것인지에 대해 말했고, 두 번째 시간에인생 이런 감정으로 살기 싫다 개선하고 싶다 말했는데, 이번에는 괴로우니 액션 플랜을 알려달라 했다.


선생님은 근본적인걸 바꾸긴 어려우나, 요즘 대세인 이론을 2개 빠르게 설명해 주시더니 '마음 챙김'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근본적인 걸 바꿀 수가 없어요..? 저에게 자꾸만 찾아오는 이 부정적 감정을 애초에 해결할 수가 없다고요....?라는 나의 질문에, 상담사분은 잠시 고심하더니,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그건 긴 시간이 들고, 사실상 비용이 드니, 우울증처럼 정말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잘 권해드리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받고 있는 상담은 사실 회사 복지서비스의 일환이라 무료였고, 횟수에 제한이 있었다. 상담사님은 그걸 고려해 최대한 효율을 맞춰주려 했고, 사실 근본적인 문제 해결하지 않더라도 앞서 설명한 마음 챙김과 같은 방법 정도로도 살아가는 데는 괜찮을 수 있고, 또 요즘은 그렇게 믿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나도 마음 챙김이 대충 어떤 것인지 감은 왔다. 내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고, 때로는 호흡과 명상으로 가다듬는 것만으로도 종종 도움이 될 것은 같았다. '부정적 감정이 또 드네, 흘려보내자'의 깨달음도 사실 안내받기 전까진 어려운 단계였다. 그 정도만 떠올리더라도, 새로운 깨달음으로 느껴졌다.


그렇지만 난 매번 그 정을 인정하고, 합리적 사고로 생각을 돌려놓는 데 에너지 소모가 컸다. 그리고 계속 평생 하루에도 몇 번씩 그 과정을 반복하라고? 이제 더 이상 그럴 수가 없어서 힘들어서 간 것인데.


그래서 기간을 두고 근원적인 얘기를 해보기로 했다. 기분이 좀 더 나아질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부정적 감정을 애써 돌려놓은 매일의 긍정적 판단에도 어차피 백 프로 확신은 없는 상황이었다.

이미지 출처) https://pin.it/Z0Q0YbiAY

아이들과 도서관에 갔다가 쿠다 미쓰요의 <종이달>을 빌렸다. (유명한 책이었지만) 알고 있던 책은 아니었고 정말 우연히. 장편소설이었는데 애들을 재워놓고 한 번에 다 읽어버렸다. 여자 주인공이 현실을 살고 있지 못한 상황이 가장 공감이 됐다. 전업주부 때도, 은행 정규직원일 때도, 횡령을 한 이후에도, 그 모습을 완전히 자기 자신이라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일부분이라 느꼈다. 나의 내면에는 이것만이 아닌 다른 잠재력이나 자아가 더 있을 것 같다는 느낌. 그리고 그 느낌으로 온전한 현재를 누리지  하고 있었다.


현재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과거나 망상에 매달린다. 어떤 날은 후회, 어떤 날은 말도 안 되는 세상 속에. 현재에 충실하려면 결국 나를 잘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서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제 3자가 한발짝 떨어져 나를 바라본다는 느낌이 든다. '스스로를 잘 알고 싶으신가 봐요'라는 상담사님의 말처럼. 사실 여전히 확신은 없다. 또 나를 더 이상 알고 싶지 않기도 하다. 결국에는 근원적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계속 현재에서 붕 떠 있는 마음으로 살 수는 없으니 다양한 방법으로 지금 현재에 충실하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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